최근 '36주 낙태'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불법 도박 사이트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을 담거나 가출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등 유튜브에서 '자극적 브이로그(Vlog)'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수익을 얻으려는 데만 매몰된 유튜브 생태계에 대해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36주 낙태'로 논란을 빚은 유튜브 브이로그 / 사진=유튜브 캡처 |
'36주 낙태' 영상으로 논란을 빚은 유튜버는 해당 영상을 올린 뒤 구독자 수가 2만 4천 명까지 치솟았습니다.
불법 도박 사이트의 홍보팀 막내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A 씨는 브이로그에서 "복지도 좋고 업무도 다른 회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대기업일 뿐입니다. '불법'이라는 것만 빼면요." 라며 회사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A 씨는 또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는 사람들일 뿐, 착하고 가족 같은 분들이니 나쁘게 보지 말아 달라"며 "일반 회사원으로 일할 때와 달리 여기서는 숙소와 차량, 식비 등을 모두 회사에서 지원해줘 담뱃값 말고는 돈이 나갈 곳이 없다"고 사이트를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 사진=유튜브 캡처 |
아울러 한 청소년은 일주일 동안 가출하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이 영상에는 실종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잡혀 파출소로 인계되기까지의 과정이 여과 없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영상을 본의 아니게 접한 시청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직장인 손 모(27) 씨는 "평소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상을 대신 체험하고 싶어 브이로그 영상을 많이 시청하는데, 그런 생각에서 벗어난 자극적 영상들이 많아 당황스럽다"며 "미성년자들이 영상을 보고 혹하진 않을까 걱정된다. 왜 이런 영상들이 버젓이 유튜브에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전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영상의 내용을 보고 회의를 통해 심의한 결과 불법성이 명확하다면 유튜브 측에 삭제 협조 요청을 할 수 있다"면서도 "규제 당국으로서는 워낙 영상들이 많아 실시간 모니터링과 즉각적 조처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反)사회적인 소재의 브이로그 영상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브이로그 영상은 수용자가 '가공되지 않은 일상'으로 느껴 다른 영상보다 몰입하고 그릇된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며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표현의 자유 논리에만 맡겨 규제 없이 방치하기에는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자극적이고 패륜적인 영상 생산을 방치하는 IT 기업의 책임을 보다 무겁게 물릴 필요가 있다"며 "반(反)윤리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의 잔인한 호기심을 어필하는 이용자는 수익을 올릴 수 없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