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그곳이 없다는 걸 안다. 차가운 우주는 유토피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번 전시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된 단편 ‘공생가설’을 각색, 기획된 특별한 공간이다.
↑ 스틴 오를란스 ‘Pastel Dreams’(이미지 그라운드시소 제공)
그래도 생각해 본다. 부서지는 햇살과 지는 노을, 파도 소리와 풀 냄새 등등. 그저 바라다보니 선명해진 상상인지, 정말로 존재했던 곳은 아닐지, 궁금하다. 이번 전시는 소설가 김초엽과 국내외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7인이 던져주는 기억의 조각을 따라 유토피아로 향하는 200여 점의 디지털 아트로 구성되었다. 3D아트, 디지털 콜라주, 모션 그래픽 등 표현의 한계를 거부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그려낸 7인의 작품을 하나의 세계관 아래 선보인다.
↑ 나승준, into the uncertainty, 2023(이미지 그라운드시소 제공)
전시장은 영화적 연출, 소설의 문법을 기반으로 한다. 시작은 ‘NOWHERE’ 섹션이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정거장, 출발 전 유토피아에 대한 우리의 막연한 상상을 측정해보는 프로그램과 함께 여정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섹션은 7인 작가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유토피아 형상이 테마별로 펼쳐지는 ‘NOT A DREAM’. 때로는 혼란스럽고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맞닥뜨릴 수도 있지만, 그곳에 경이로운 감동이 기다린다. ‘NOW HERE’는 여정을 마무리하며,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와 가장 닮은 이상향을 마주하는 섹션이다.
디지털 아트 작품으로 구현한 한계 없는 상상이 가능한 세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치유를 선사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 비상구가 되어줄 행복했던 순간의 잔상을 떠올려보자. 어쩌면 누구에게도 단 하나의 유토피아는 반드시 존재할 수도 있다. 전시장에서는 불완전한 현실을 벗어나 온전한 아름다운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
↑ ‘유토피아: 노웨어, 나우히어’ 포스터
Info
장소: 그라운드시소 성수
기간: ~2024년 10월 13일
시간: 10:00~19:00
[글 김은정(칼럼니스트) 사진 그라운드시소]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5호(24.06.2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