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보산 그라피티 거리 SNS서 인기
동광극장으로 레트로 여행 떠나기
니지모리 스튜디오로 떠나는 료칸 여행
한때 동두천은 ‘강아지도 달러를 물고 다닌다’는 곳이었다. 비록 전쟁이 남겨놓은 유산이었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고 살아내야만 했던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일궈낸 빛나는 성과이기도 했다. 한편으론 ‘동두천’ 하면 곧바로 ‘기지촌’과 등치시키는 선입견과 편견도 있었다.
↑ 레트로 여행지로 뜨고 있는 동두천의 그라피티 작품들 |
↑ 동두천 캠프 보산 |
그러나 인근 상인들은 2007년 보산역 신설과 전철 개통으로 오히려 매출엔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한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동두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이 이태원이나 용산, 홍대 같은 곳으로 빠져나가면서 상권이 무너졌다는 것.
↑ 각종 그라피티가 눈에 띄는 캠프 보산 |
이탈리아, 러시아, 태국, 덴마크 등 여러 나라의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육대주 사람의 얼굴을 그린 프랑스 작가 호파레의 작품과 심찬양 작가의 ‘Royal dog’은 특히 여행자들의 인증샷 배경으로 인기가 있다. 또 낡은 상가를 산뜻한 파스텔 컬러와 단순한 패턴으로 장식한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마레스트의 작품도 여행자들이 특히 좋아한다.
↑ 캠프 보산 교각 모습 |
특이한 작품 덕에 이곳을 찾는 디자인 전문가나 미술 애호가들도 많다. 마치 박물관 거리를 걷는 듯한 캠프 보산의 골목 풍경은 낮과 밤의 풍경 차이가 극과 극이다. 다양한 문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트 빌리지는 330여 개의 상가가 밀집해 있어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 캠프 보산 |
‘오륙하우스’는 흔히 말하는 ‘경양식집’이다. 1969년에 개업해 55년째, 대를 물려 운영하는 노포다. 요즘엔 워낙 유명해져서 식당 이름인 ‘오륙하우스’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 55년째 오륙하우스를 운영 중인 경양식집 ‘오륙하우스’. 오 씨 성, 여섯 가족이 운영하는 돈가스집니다. |
시그니처 메뉴는 역시 돈가스. 이 밖에도 과거 경양식 집에서 유행하던 티본스테이크와 함박스테이크, 생선가스, 스파게티와 버거 등 온갖 메뉴들이 다 있다. 심지어 ‘살아 있는 랍스터 요리’라는 메뉴도 있다. 돈가스, 생선가스, 함박스테이크 등 여러 가지가 조금씩 나오는 ‘오륙하우스 정식’을 주문한다.
↑ 동두천의 야간 명소 월드푸드 스트리트 |
Info
월드푸드 스트리트 위치 경기도 동두천시 평화로 2539(보산역 1번출구) 운영 시간 (3~11월)18:00~23:00
오륙하우스 위치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로 210-9 운영 시간 11:30~21:00(수요일 휴무)
그런 까닭으로 동두천의 음악사랑은 유별나다. 1999년 처음 개최한 ‘동두천락페스티벌’은 국내 최장기 록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동두천락페스티벌은 신중현의 애드포가 국내에 처음 록 음악을 알린 ‘한국 록의 발상지’라는 역사적 자산을 기반으로 만든 음악 축제로 매년 여름 소요산과 캠프 보산 일대에서 열린다. 동두천락페스티벌이 록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는 건 공연 전체가 록 음악만으로 이루어진 데다가, 무료 공연이라는 점.
↑ 음악의 메카 동두천의 두드림문화센터 |
보산역 남쪽 시가지로 가보면 동두천 문화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동광극장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는 단관극장이다. 드라마 (2015)을 이곳에서 촬영했으며, 유튜브 채널 ‘와썹맨’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상영한 영화가 였는데 이 때문에 영화 속 와칸다 왕국을 따 한동안 ‘와칸다극장’으로 불렸다.
↑ (좌로부터 시계방향) 레트로풍의 동광극장과 두드림뮤직센터 |
중앙에 놓인 소파에는 관람객인지 마실 온 손님인지 모를 어르신들이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낡고 커다란 영사기다. 영화관이 디지털 장비로 교체되면서 수십 년간 필름을 돌렸던 영사기를 버리지 않고 로비에 전시하고 있다.
↑ 동광극장의 역사를 말해주는 영사기(좌)와 티켓 오피스 |
하나둘 모은 듯한 좌석은 종류가 다양해 오히려 재미있다. 앞뒤 간격도 넉넉해 생각하기에 따라 관람 환경은 멀티플렉스가 부럽지 않다. 누구나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인 자유석에다 9,000원의 관람료로 최신 개봉작까지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시네마 천국’이다.
Info
두드림뮤직센터 위치 경기도 동두천시 상패로216번길 42 운영 시간 09:00~18:00(토·일요일 휴관)
동광극장 위치 경기도 동두천시 동광로 33
동두천에서 즐기는 일본 여행
↑ 마치 일본 료칸 여행을 떠나는 듯한 동두천 니지모리 스튜디오 |
당초 촬영용 대여 공간으로 기획된 니지모리스튜디오의 아이디어 제공자는 사극 연출의 대가 김재형 감독. 〈용의 눈물〉, 〈여인천하〉 등을 만들었던 그가 원활하면서도 지속적인 촬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지모리스튜디오가 완공된 후 TV드라마 〈구미호뎐〉과 〈펜트하우스〉, 넷플릭스 드라마 〈범인은 바로 너〉 등이 촬영됐고, 특히 이동욱과 조보아가 출연한 드라마 〈구미호뎐〉의 촬영 장소가 일본이 아니라 이곳이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한국 속 일본 여행지’로 떠올랐다.
↑ 일본 에도시대를 재현한 니지모리스튜디오 |
호수를 중심으로 계단을 따라 둥글게 한 바퀴를 도는 동선이 기본 코스인데,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손님을 맞이한다. 기모노를 빌려 입은 채 게다(나막신)를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걷는 관광객들도 보인다. 기모노를 비롯한 일본 전통 의상은 1층에 있는 모리의상실에서 빌려 입을 수 있는데 기모노와 머리 장식을 포함한 기본 의상 세트 대여 비용은 3만 원이다.
↑ (위)LP바 고이비토요, (아래)니지모리스튜디오의 하이라이트인 엔카 공연 |
니지모리스튜디오에서는 엔카 공연도 펼쳐진다. 매주 금요일과 토·일요일 하루 두 차례씩 펼쳐지는 공연은 구성진 엔카를 한국 가수가 불러준다.
↑ 니지모리 스튜디오 전경 |
운영 시간 (10~5월)11:00~21:00(연중무휴)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1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