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개는 물어요.” 요즘 나의 주된 대사다. 입양 후 입질 한 번 없던 수리였건만, 그래서 수년 동안 당당히 외쳐 왔던 “우리 개는 안 물어요”가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그렇다. 슬프게도 이제 수리는 입질을 한다. 아니, 왜, 어째서? 없던 입질이 열두 살이나 되어서 생기는 건데?
↑ (사진 언스플래시) |
어째서 순하던 수리가 사납게 변했을까. 사람도 성격이 변하듯 개도 성격이 변할 수 있지만, 나는 누군가와 마주칠 때마다 긴장과 불편을 가져오는 수리의 변화가 힘겨웠다. 매번 호되게 야단을 쳐도 별 소용이 없는 수리를 보며 무력감마저 들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개도 성격이 변하나요?’를 입력했다. ‘안 물던 개가 물어요’도 입력했다. 그러고는 벼락같이 깨달은 사실. 모든 질문이 한 방향을 가리켰는데, ‘나이가 들면’이라는 전제가 붙으니 이런 변화가 당연하거나 혹은 자연스러웠다. 가뜩이나 소심하고 예민한 수리를 떠올리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늙어서였다. 늙고 약해진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수리의 이런 변화를 명쾌하게 해석해 주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면서 공격적으로 변하는 경우는 흔하다고 설명한다. 이유는 감각과 감정이 예민해진 때문인데, 그 바탕에는 스스로 약해져서 위험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는 두려움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전만큼 강하지도 않고, 눈과 귀의 감각은 둔해졌으며, 다리도 아파 기민하게 움직이기가 힘들다. 그러니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강해지고, 주변 상황에 과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잘 놀라고 별것 아닌 일에 무서워하며, 위험하다고 느끼면 반사적으로 공격성을 보이고 만다. 어딘가 아픈 곳이 있다면 경계는 더 심해진다. 예쁘다고 쓰다듬는 손길도 거부하고, 접촉이 반복되면 공격성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든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병을 가지고 있다면, 보호자조차 반려동물의 갑작스런 성격 변화를 이해하기 힘들다. 나처럼 덮어놓고 혼을 내서 행동을 억제하려 들 수 있다. 그리고 본래 개들은 상대가 사람이든 개든 자신의 얼굴 정면으로 바짝 다가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반려인이기에 애써 참아주는 것일 뿐.
↑ (사진 언스플래시) |
그렇다면 이제 남은 숙제는 뭘까. 늙어서 사납고 예민해진 개와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일단 위험 상황에 놓이지 않게 조심 또 조심하고, 반려동물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판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4호(23.11.1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