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에는 역무원도 잘 모르는 지하 '유령역'이 5곳이나 있습니다.
정말 유령이 나타나는 곳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지하철역을 만들다가 공사가 중단되면서, 깊게는 40m 땅속에 버려진 공간인데요.
그런데 요즘 여기서 영화도 찍고 전시도 하고 있다는데요.
한범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기자 】
서울 지하철 신설동역입니다.
지하 1층은 대합실, 지하 2층은 1호선과 2호선 정거장, 그리고 지하 3층은 비공개 구역입니다.
▶ 스탠딩 : 한범수 / 기자
- "2호선 타는 곳으로 내려왔습니다. 이 안에 있다는 서울 미래유산, 뭔지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승강장 아래 이렇게 또 다른 승강장이 있었습니다."
녹이 슬고 먼지가 낀 역 표지판과 인적이 뚝 끊긴 승객 대기 장소, 마치 무서운 영화 속 배경을 보는 듯합니다.
지난 1974년, 서울시가 지하철 5호선 건설을 추진하면서 미리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그런데 당시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으로 사업 책임자였던 양택식 서울시장까지 물러나면서 계획이 틀어졌습니다.
현재 이곳은 열차 기관사들 사이에 '유령역'이라고 불리는 비밀 공간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번엔 영등포시장역.
지하 4층만 안내도에 빠져 있는데, 그곳으로 이어지는 대합실 철문 앞으로 가봤습니다.
▶ 인터뷰 : 조미자 / 지하철 승객
- "창고 같아요. 창고! (승강장이 있을 줄은) 상상 못했죠. 창고 문처럼 생겼기 때문에…."
문을 열자, 외환 위기로 공사가 중단된 10호선 환승 통로와 승강장이 차례로 나타납니다.
▶ 스탠딩 : 한범수 / 기자
- "지하철이 실제로 다니고 있었으면,승객들은 기둥에 달린 지하철 10호선 영등포시장역 팻말을 보고 내릴 준비를 했을 겁니다.
그리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있는 스크린도어를 통해서 이렇게 승강장으로 나올 수 있었겠죠. "
▶ 인터뷰 : 이상권 / 역무원
- "제가 세 개 정도 역을 돌아다녀 봤는데, (영등포시장역에) 오기 전까지는 이런 데가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서울 지하에 역무원도 잘 알지 못하는 '유령역'은 모두 5곳,
1,500평 규모로 작은 축구장 하나 크기와 맞먹습니다.
쓸모없다고 여겨져 왔지만, 최근엔 뮤직비디오나 드라마 촬영장, 공포체험장 등으로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송미선 / 서울교통공사 주임
- "(유령역) 유휴공간별로 컨셉을 정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문화공간을 조성·운영할 예정입니다."
얼마 전 공개된 서울시청광장 지하공간과 더불어 이들 유령역도 문화·예술 명소로 변신을 꿈꾸고 있습니다.
MBN 뉴스 한범수입니다. [han.beomsoo@mbn.co.kr]
영상취재 : 김태형 기자
영상편집 : 박찬규
그래픽 : 최진평, 전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