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로서 거북이는 수명이 길고 관리가 쉽다는 것이 최고 장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런 점이 반려를 포기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장수 동물인 만큼 순간의 호기심보다는 길고 멀리 내다보며, 느리지만 함께 가는 반려 생활을 계획해야 한다.
↑ (사진 언스플래시) |
개와 고양이에 비하면 손 갈 일이 없는 거북이지만 온도 체크는 필수다. 거북이는 파충류라 체온 조절이 불가능하다. 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따뜻한 것을 선호해 주변 환경이 26~28℃로 유지되어야 건강하고 안전하다. 특히 물과 땅을 오가는 반수생 거북은 수온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히터와 자동 온도 조절기를 사용해 수온을 적절히 유지해 주어야 한다. 주기적인 환수도 필수다. 환수가 잘 안 되면 등갑에 슬러지(침전물)가 끼고 이것이 굳어 곰팡이와 탈피부전을 일으킨다. 딱히 문제가 없다면 부분 환수로도 충분하고, 여과기를 활용하면 물 관리가 훨씬 수월하다.
거북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특히 해츨링(갓난 파충류 새끼)은 민감하고 예민해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이 때문에 거식 증세를 보이다 폐사에 이르기도 한다. 입양 후 환경이 바뀐 데 따른 스트레스도 있지만, 반려인의 관심과 터치가 과도한 것도 큰 위협 요인이다. 자신보다 큰 동물을 천적으로 인식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해츨링의 적응을 도우려면, 사육장을 빤히 들여다보거나 손가락으로 툭툭 치거나 하지 않고 갑작스러운 핸들링도 삼가야 한다. 해츨링 시기를 잘 지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훨씬 줄어든다.
혹자는 ‘방생’을 빙자해 거북을 동네 천변이나 바다에 유기하지만, 안일하다 못해 무지한 행동이다. 민물에서 사는 거북을 바다에 풀어놓는 사람도 있다. 반려거북의 대부분은 외래종으로 우리나라 자연 환경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살아남는다 해도 생태계 교란 위험 때문에, 방생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외래종 거북은 수명이 길고 알을 많이 낳아 생존 경쟁에서 우리나라 고유종을 능가한다. 또 어류를 무작위로 포식해 생물 다양성을 해치고, 국내 멸종 위기종 거북과 교잡해 고유종을 훼손시킬 가능성도 있다.
오래 사는 만큼 반려인의 책임 수명도 길어야 한다. 호기심이 사라지고 책임만 남으면 이후의 시간은 괴로울 뿐이다. 장수하는 거북이기에 긴 호흡과 꾸준함의 미덕이 더욱 요구된다.
↑ (사진 언스플래시) |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8호(23.9.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