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고 검색하는 이에게 다가가기
↑ 일본 시민단체 '오바' / MBN 김회종 기자 촬영 |
"OVA는 라틴어이고, 달걀이라는 뜻입니다. 떨어트리면 깨지죠. 인간도 약한 존재입니다. 함께 지지해야 하죠.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연설에서 착안한 이름입니다."
- 이토 지로 OVA 대표
자살을 막고 생명을 구하려는 OVA는 2015년 정식 출범한 일본의 시민단체입니다. 이토 지로 대표를 취재했고, 이를 문답식으로 정리했습니다.
Q1. 일본에서는 '자살, 자사'라는 용어를 쓰죠. 한국에서는 '극단적 선택'이라고 표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극단적 선택'이라는 용어는 위화감이 듭니다. 여러 상황이 개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걸 수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슬람교는 자살을 못하도록 막고 확실히 자살률이 낮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자살에 대한 허용하는 느낌입니다. 어린아이들이 읽는 교과서에서도 자살에 대해 말합니다.
Q2. 오바의 검색 연동 광고는 무엇인가요?
'죽고 싶다(시니타이)'를 포함해 자살 관련 검색은 한 달에만 적게는 20만 건에서 많게는 30만 건에 달합니다.
자살 생각은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이라 주변에서 알아채기 어렵죠.
자살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입력자에게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당신에게'라는 글이 연동 광고처럼 뜹니다. 우리가 탈모를 검색하면 관련 제품이 뜨는 것과 마찬가지죠.
자살 위기 상담은 10년 전에는 전화 상담이 대부분이었죠. 당시에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인터넷 상담은 없었습니다. 반면, 청소년과 같은 젊은 층은 문자로 상담하고 싶어 했죠.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걸 2주 정도 생각하다가 만든 서비스입니다.
↑ '오바'의 검색 연동 광고 / MBN 김회종 기자 촬영 |
Q3. 광고 글을 보고 상담을 신청하면, 이후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검색 연동 광고를 통해 상담 요청 메일을 받으면 석 달 정도 상답합니다. 채팅과 전화, 대면상담을 함께합니다. 병원과 지자체에서 동행하기도 합니다.
자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빚과 폭력, 불면, 우울증 등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함께 조사해보고, 전문가를 연계합니다. 인터넷으로 접근하고,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모델입니다.
전문직 상담원 40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3천 명 정도 상담을 했고, 1,827명을 계속 지원하고 있습니다.
Q4. 검색 연동 광고를 통한 자살 상담 서비스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죠. 그런데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자살에 대해 검색합니다. 2013년에 처음 그룹을 만들 때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층의 자살이 많아지고 있었어요. 젊은 층은 자살 생각을 할 때,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를 하니 상담 요청이 왔고, 대부분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5년에 이 모델을 확대하려고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전화상담은 젊은 층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전화 자체가 젊은 층에게는 장애물입니다. 2013년에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문자나 이메일 상담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문자와 이메일 상담이 보편화했죠. 문자 상담은 일본에서 처음 시작한 걸로 알아요. 학회에 논문으로도 제출했습니다.
상담 요청에 대한 응답률은 100%입니다. 첫 상담 요청에 대한 답은 24시간 이내에 드립니다. 그다음엔 3일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죠. 상담 요청자의 상황에 따라 당일에 바로 도움을 드려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즉각 지원에 나섭니다.
이는 학대와 폭력을 포함해 다른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Q5.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의 특징이 있나요? 상담 이후 변화가 있었나요?
자살 관련한 단어 300여 개를 등록해놨습니다. 상담 요청자 가운데 80% 정도는 40세 미만이고요. 여성이 70% 정도 차지합니다.
자살 관련 검색 입력자가 상담을 원하고 있다면, '상담하세요'라고 직접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자살 관련 검색자 가운데 10% 정도가 연동 광고 글을 보고, 이 가운데 5%가 상담을 요청합니다.
2018년에 상담 이후 어느 정도 자살 생각에 변화가 있었는지 1년 동안 100여 명을 조사했습니다. 전문가에게 연계하고 지속적으로 조사했는데, 자살 위험이 낮아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 '오바' 취재 중 / MBN 김회종 기자 촬영 |
Q6. 시민단체 오바는 비용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자살 분야에는 기부나 후원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선호하지 않죠.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보는 경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살 관련 NPO(Non Profit Organization, 비영리단체)는 대개 지자체와 계약해 사업을 위탁받고 지원을 받습니다.
올해 예산은, 1억 7천만 엔가량입니다. (한국 돈으로 15억 3천만 원 정도입니다.)
정부가 지자체에 지원하고, 이를 다시 시민단체에 주는 방식입니다. 이를 조성금이라고 부릅니다.
Q7. 오바를 운영하는 직원은 몇 명인가요?
전문가 50명이 모여 있습니다. 정직원은 40%고, 나머지는 비상근입니다. 80%는 상담부서에서 일합니다. 상담원은 전국에 퍼져 있고 재택근무 위주입니다.
일본은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자살 예방 상담이 없습니다.
Q8. 시민단체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2013년 처음 그룹을 만들 때 28살이었습니다.
그전에 기업에서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검사하고, 정신 건강을 도와주는 일을 하다가, 이후 병원에서 정신보건사회복지사로 1년 정도 일했습니다.
MBN 이혁준 사회정책부 팀장입니다. 자살대책을 고민하기 위해 해외취재에 나섰습니다. 이미 방송 뉴스로 제작했지만, 자살 관련 시민단체를 만들고 싶은 분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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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혁준 기자 gitania@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