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각본 표절"...법원, 박칼린이 낸 '와일드 와일드' 공연금지 가처분 기각

박칼린 측, '와일드 와일드'에 공연 금지 가처분 소송
재판부, "실질적 유사점 소명 어려워⋯"

↑ 사진=할리퀸크리에이션즈 제공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 씨가 자신이 연출한 창작 공연 '미스터쇼'의 각본을 표절했다며 '와일드 와일드'의 공연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어제(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임해지 부장판사)는 박씨가 공연제작사 더블유투컴퍼니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제기한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4일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와일드 와일드가 미스터쇼의 각본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박씨는 와일드 와일드가 2014년 초연한 박 감독의 창작 공연 미스터쇼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와일드와일드'가 런웨이 신(scene), 흰 티와 청바지 신, 랩댄스 신, 제복 신 등 자신이 기획한 공연 '미스터쇼' 특정 장면을 표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은 "연출자로서 역량은 저작권 측면에서 보호받기 어렵다. 연출자 기량을 모방한 부분을 최대한 포섭한 게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물 도용"이라고 억울함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미스터쇼 각본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은 진행자의 대사인데, 와일드와일드는 진행자를 두고 있지 않고 배우의 대사가 전혀 없는 넌버벌(non-verbal) 퍼포먼스”라고 설명했습니다.

무대 구성 등에 대해서도 “미스터쇼 각본 ‘장면 설명’에는 ‘아슬한 무브먼트’ ‘본능에 충실한 몸짓들’ 등 아이디어에 불과하거나 추상적 또는 불분명한 표현이 다수 사용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씨가 차용 당했다고 주장한 주제와 기획 의도 또한 아이디어로 취급돼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각 장면의 배치 순서가 유사한 점이 있다”라면서도 “‘남성 배우들의 안무와 동작, 연기만으로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무대’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법이나 표현 방식엔 한계가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덧붙여 "샤워 장면,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거나 제복을 입고 군무를 추는 장면은 미스터 쇼의 창작 이전부터 다른 공연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던 구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와일드 와일드가 박 감독 회사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사용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leesjee20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