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친구네 반려묘가 현관문이 열린 틈을 타 가출했다. 반려묘가 더 멀리 가기 전에 찾아야 한다며 친구들이 모여들었고, 애타게 이름을 부르며 집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최근 한 기사를 읽고 당시 우리의 수색 방법에 문제가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사진 언스플래시) |
일명 ‘고양이 탐정’으로 불리는 실종 고양이 추적 전문가에 따르면, 본래 집 안에서 생활하던 고양이는 우연히 가출하더라도 의외로 멀리 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낯설어진 환경에 겁을 먹고 한동안 구석진 곳에 몸을 숨기고 있는데, 사람이 큰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면 두려운 나머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도망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댓 명이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며 포위망을 좁혀나간 우리의 방식이 그 아이를 더 멀리 도망가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물론 그 아이는 이미 우리의 수색 범위를 훨씬 벗어났을 수도 있다.
모든 일에 때가 있듯, 반려묘를 잃어버렸을 때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고양이 행동 전문가나 고양이 탐정들은 반려묘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은 때는 실종 후 3시간 이내라고 말한다. 그 시간에는 집 주변으로 반경 50m 안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반려인이 너무 놀라고 경황이 없어 ‘코앞’을 간과하는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그러니 가장 먼저 자동차 아래나 박스, 에어컨 실외기, 좁은 담벼락이나 건물 틈새처럼 잽싸게 몸을 숨길 만한 곳부터 탐색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사수하려면 실종 전단지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신속히 배포하는 것도 요긴하다.
고양이를 찾을 때는 가장 친근하게 지내던 사람이 고양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들고 평소의 톤으로 이름을 불러야 한다. 가장 삼가야 할 행동운 여럿이 몰려 다니며 발자국 소리를 내고 사방에서 동시에 이름을 불러대는 것이다. 친구의 반려묘를 떠올리면 이 지점에서 속이 쓰리다. 혹 우리가 그렇게 소란스럽게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지금쯤 친구 집 안을 느리게 활보하며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우리 중 누구도 이에 관한 사전 지식이 없었던 점이 무엇보다 한탄스럽다.
아무튼 실종된 고양이의 행적을 유추할 때는 가출 경위를 먼저 살펴야 한다. 고양이 탐정들은 고양이가 창문으로 나갔는지 혹은 현관으로 나갔는지에 따라 행방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창문으로 뛰어내렸다면 갑작스러운 낯선 환경에 겁을 먹고 가까운 구멍이나 창고 같은 은신처를 찾아 재빨리 숨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높은 층에서 뛰어내렸다면 착지 과정에서 다리에 가해진 충격이나 골절로 인해 멀리 이동하지 못하므로, 시간이 지났어도 가까운 곳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고양이가 현관으로 나갔다면 단순한 호기심에 따른 것으로, 바로 숨지 않고 건물 주변을 냄새 맡으며 배회하는데, 특히 건물 뒤편으로 이동하기가 쉽단다. 이와 달리 산책을 시키던 중 고양이를 놓쳤다면 수색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 고양이 스스로의 의지로 외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뜩이나 긴장한 상태에서 반려인과 떨어졌을 때 두려움에 사로잡혀 전력 질주로 달아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좋다.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면 기본적으로 CCTV를 확인해 고양이가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지를 살피고, 지역 커뮤니티와 SNS 등에 실종 사실을 알리는 글도 올리자. 고양이 관련 지역 커뮤니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편이다. 일례로 캣맘들은 밥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5호 (23.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