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에 ‘올디 벗 구디Oldie but Goodie’라는 말이 있다. 문장 그대로 ‘낡았지만 좋은 것’을 뜻하는 표현이다. 최근 레트로 열풍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경동시장에 버려져 있던 폐극장에는 스타벅스가 자리하며 젊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고, 금호동 금남시장과 종로구 광장시장 등이 힙스터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 이 같은 움직임에는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 역시 빼놓을 수 없다.
↑ 경동시장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 입구(사진 이승연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경동시장은 1년365일, 사람들로 붐비는 곳으로 어르신들에게는 다양하고 신선한 식재와 약재를 구할 수 있는 친숙한 장소다. 주로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을 이용하는 데 익숙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런 경동시장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12월, LG전자와 스타벅스코리아가 전통시장 상인들과 특별한 공존을 위한 매장을 오픈하며 새로운 지역 상생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경동시장 골목 안쪽, 약령시장을 마주하는 경동시장 본관 3, 4층(총면적 약 1200㎡) 공간에 LG전자와 스타벅스가 각각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이하 금성전파사)’와 카페 ‘커뮤니티 스토어’를 오픈하며 연일 화제다. 먼저, ‘금성전파사’는 레트로 콘셉트로 꾸며진 이색 체험공간으로, 일상에 지친 고객의 마음을 치유하고 ‘새로고침’ 하는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공간의 문을 열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것만 같다. 1958년 금성사 설립 이후 최초로 선보인 흑백 TV, 냉장고, 세탁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눈여겨볼 인테리어 요소는, 화분진열대로 변신한 에어컨 실외기다. ‘GoldStar’라고 쓰여 있는 연식 지긋해 보이는 실외기는 실제로 경동시장에서 30여 년간 상인들이 사용한 제품으로, 상인들에게 기부받아 금성전파사에 활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 차례 구경을 마치고 나면 다양한 체험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골드스타’ 시절 국내 최초 라디오부터, 현재의 오브제컬렉션 냉장고까지 LG전자의 대표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금성전파사’를 시작으로, △‘개성고침코-너’, △‘마음고침 코-너’, △‘스타일고침 코-너’, △‘기분고침 코-너(금성오락실)’, △‘고민탈출 코-너(방탈출, 사전예약)’, △‘새로고침 코-너’ 등이 마련돼 있다.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한 후, 각 체험 섹션에서 몇 가지 설문을 통해 내게 맞춤 굿즈와, 체험을 제공한다.
↑ 경동시장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사진 LG전자) |
금성전파사의 배경에는 LG전자가 추구하는 ‘F·U·N’ 고객경험이 있다. ‘F·U·N’은 ‘최고의(First), 차별화된(Unique), 세상에 없던(New)’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의미한다. LG전자 CEO 조주완 사장은 1월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개최된 ‘LG 월드 프리미어(LG WORLD PREMIERE)’에서 “모든 혁신의 시작과 끝은 고객이며, 우리는 그 혁신을 통해 세상을 미소 짓게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더 나은 삶(Better Life)’을 실현하기 위해 최고의, 차별화된, 세상에 없던 F·U·N 고객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금성전파사는 최근 많은 고객들 사이에서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ESG 공간도 마련했다. 폐기되는 자원을 재활용해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체험공간을 조성한 것. 이 공간에서는 자연분해가 되는 친환경 화분을 만들거나, 폐가전에서 추출한 재생 플라스틱으로 팔찌 등을 제작할 수 있다.
금성전파사를 다 둘러봤다면, 팝업스토어의 정면에 마련된 출입문을 통해 ‘스타벅스 경동1960점’으로 향해보자.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1960년대 지어진 이후 현재는 사용하지 않아 시장 상인들이 창고로 쓰던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매장이다. 1년여의 시간을 들여 스타벅스가 폐극장을 경동1960점으로 재탄생시킨 것은 지역적 의미를 되살리고, 상생의 가치를 더하기 위해서였다. 일례로 일본 스타벅스(스타벅스 재팬)의 경우, 몇 해 전부터 효고현, 아오모리현 등에서 지역문화재 매장 건물로 콘셉트 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축물을 스타벅스 매장으로 리모델링하는, 대표적인 지역기반 공간 기획인 것(참고: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모종린 저 / 알키 펴냄)). 현재 경동1960점의 경우 ‘스타벅스 커뮤니티 스토어’로도 운영 중이다.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이익 공유형 매장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당 300원씩을 적립해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조성한다.
↑ ‘스타벅스 경동1960점'(사진 스타벅스코리아) |
경동극장의 기존 시설을 살린 카페는 전체 363.5평 규모로, 본관 3층과 4층에 약 200여 석의 좌석으로 구성된다. 오래된 극장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했다. 노출 콘크리트 벽과 목조 천장, 철물 기둥이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가 되고, 중앙 무대쪽을 바라보는 계단식 좌석은 파티션으로 좌석을 구분, 곳곳에 테이블 조명을 설치해 안락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메뉴가 완성되면 벽면에 설치된 빔프로젝터를 통해 고객의 이름이나 닉네임, 주문번호가 올라온다. 카운터 위에 매달린 커피나무 아트웍은 특히 눈을 사로잡는 부분. 매장 내에서도 지역 아티스트들의 문화예술 공연이 정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로 조성된 카페가 젊은 사람들을 끌어당기며 경동시장의 체류시간과 편의성을 확장하는 수단이 되는 것.
취재차 경동1960점을 찾은 에디터가 실제로 느끼기에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곳이 다른 스타벅스 지점보다 손님들의 연령 비율이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핫플레이스를 찾는 젊은 손님과, 경동시장을 찾는 5060세대들이 적절히 섞여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경동1960이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장소로서 첫 걸음을 뗀 셈이다. 사족을 덧붙여보자면, 이날 취재에 앞서 에디터의 어머니는 ‘경동시장에 간 김에 (기사 작성일 기준)차례 음식에 쓸 나물 좀 사다 달라’고 말씀하기도 했다. 앞으로 스타벅스를 비롯한 복합문화공간을 매개로 전통시장이 뭇 세대들에게 새로운 ‘마실’이 되지 않을까.
↑ 광장시장 그로서리 마켓 ‘365일장' 입구 포스터(사진 이승연 기자) |
최근 2030을 중심으로 개인의 취향과 선호도가 다양해지면서 에스프레소 바와 와인 바가 일종의 취향의 영역이자, 트렌디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가게들이 소위 말하는 가로수길이나 홍대 같은 예측 가능한 핫플레이스가 아닌, 전통시장에 들어서고 있다.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인기를 끌다 점차 도시 여행자들의 눈과 입까지 사로잡으며 로컬 명소가 되기도 한다. 골목길 경제학자인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도서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 ‘머물고 싶은 동네’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필자는 강연에서 ‘작은 도시도 네 종류의 매력적인 가게만 있으면 머물고 싶은 동네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커피전문점, 독립서점, 게스트하우스, 그리고 베이커리다. 왜 골목상권에 빵집이 들어가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동네 빵집이 동네문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생략) 빵집이 동네에 의존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접근하려면 빵이 저가이고 신선식품인 점을 주목해야 한다.’(p.201) 즉, 매력적인 커피전문점, 베이커리 등 골목 가게가 지역의 대표 브랜드이자,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장시장은 내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대표적인 여행 코스다. 빈대떡과 육회, 김밥 등 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어 젊은 세대들의 데이트 코스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고 있다. 그 시작엔 와인 바 ‘히든아워’와 그로서리 스토어 ‘365일장’이 있다. 새로운 시장의 경험을 제공해, 로컬의 가치를 높이고 역사를 이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 321플랫폼이 선보인 브랜드 공간이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1층 먹거리&굿즈숍, 2층엔 음식을 총괄하는 센트럴 키친, 3층엔 321플랫폼 사무실, 4층엔 와인바 히든아워가 조성돼 있다. 1층과 4층 가게에선 시장표 음식을 재해석한 메뉴도 판매 중이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광장시장에 입구 언저리에 성수동 카페 성지로 유명해진 디저트 카페 ‘어니언’이 네 번째 분점을 오픈했다. 이곳은 원래 금은방이 위치해 있던 자리인 만큼, 모르고 지나칠 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길게 늘어선 웨이팅 줄에서부터 궁금증에라도 한번은 힐끗 쳐다보게 된다. ‘어니언’ 테이프가 붙은 기둥과 플라스틱 의자, 박스지에 마크펜으로 쓴 메뉴판, 매장 입구에 걸린 북어 팻말은 단연 눈길을 끄는 요소. 어니언에 광장시장만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이 자체로 특별한 장소가 되는 것이다. 사람들에겐 ‘패스츄리 피자’(딸기잼과 곁들여 먹는 패스츄리 파이로, 어니언 광장시장의 대표 메뉴)를 먹기 위한 10~20분의 웨이팅 시간도 기다림의 미학이 된다.
↑ ‘어니언 광장시장’(사진 이승연 기자) |
유명 브랜드뿐만 아니라, 젊은 창업자를 중심으로 한 가게들 역시 전통시장의 상인들과 상생하며 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핫한 가게들이 문을 열며 ‘힙당동’으로 불리는 서울 중구 신당동. 그중에서도 ‘술술317’은 신당동 중앙시장에 위치한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나는 절대 안주하지 않아”라는 간판에서부터 이곳의 특징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실제로 안주 없이 술만 파는 곳으로, 안주를 시장 어느 가게에서 사 들고 와도 무방하다. 손님이 원하는 메뉴가 있으면 전화로 시장 내 가게에 주문해 받기도 한다. 2030세대 사이에서 유명해진 옥경이네 건생선의 갑오징어, 또는 황금 육전집의 육전을 포장한 채 술술317로 발걸음을 향하는 코스가 일종의 ‘성지순례’가 되는 셈이다. 술술317은 시장 상인들의 상생은 물론, 손님들로 하여금 시장 음식과 가게 내 주류와의 색다른 페어링을 발견하는 재미까지 함께 권한다. ‘금리단길’로 불리는 금남시장의 경우엔 2019년부터 알음알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1966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냉면집 ‘골목냉면’부터 와인 바 ‘패딩턴’과 ‘금남방’ 등이 우직하게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논현역 인근 영동시장에 위치한 칵테일 바 ‘장생건강원’은 실제로 20년간 장생건강원이었던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아, 건강원 콘셉트로 꾸민 가게다. 시장 상인들과의 상생 공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인 만큼, 시장 상인들과 호흡하여 만든 메뉴들이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들기름’, ‘삼계탕’ 등 독특한 이름의 칵테일은 인기 메뉴이다.
최근 전통시장의 변화 중에서도 특히 이곳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며칠 전 ‘백종원 시장 선언?’으로 떠들썩하게 했던 예산군과 더본코리아와의 만남이 그것이다. 예산군과 더본코리아가 공동으로 진행해 온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본격 포문을 열었다.
백종원은 지난 10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시장창업 프로젝트 ‘백종원 시장이 되다’를 공개했다. 이는 예산시장을 중심으로 한 ‘예산형 구도심 지역 상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예산시장’이 ‘핫’하고 ‘쿨’한 시장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백종원 대표가 나섰다. 백 대표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기획, 도면, 인테리어, 공사 현장 지휘, 매장 집기 세팅, 메뉴 개발까지 이뤄졌다.
충남 예산상설시장의 경우 지난해까지 절반에 가까운 점포가 폐업하며,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쇠락한 유령도시 같았던 시장 골목을 바꾸기 위해 백 대표는 2022년 7월 예설상설시장의 변화를 화장실 기부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음식이라는 테마로 옛날 분위기를 간직한 채 현대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로 만들고자 본격적인 점포 창업 및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예산군에 따르면, 이번에 창업하는 5개 점포는 창업자들도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서 교육 및 선발을 거쳤다. △금오바베큐(닭바베큐), △신광정육점(부속고기), △선봉국수(파기름국수, 잔치국수), △시장닭볶음(꽈리고추닭볶음탕), △불판빌려주는집(상차림, 쌈채소, 사과맥주) 등이 정식으로 문을 연다. 이곳에선 예산시장과 예산의 맛을 알리는 데 역점을 두고 지역 농·특산물을 적극 활용한 레시피들로 구성됐다. 일례로 예산 꽈리고추를 활용해 예산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닭볶음탕부터, 또 예산국수를 활용한 파기름 국수의 경우 SBS 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에서 개발된 메뉴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기존 시장 내 점포들 역시 화합을 이루기 위한 추가 메뉴 개발에 나섰다.
이번 시장창업 프로젝트의 총괄 지휘를 맡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그동안 침체된 예산시장을 보며 살리고 싶다는 충동으로 시작한 지역상생 프로젝트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실현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시장 창업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 그동안 코로나19 등으로 침체된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많은 외부 관광객들이 예산시장을 찾아 어렸을 적 북적북적한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저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 예산시장 내 창업 준비 모습(사진 예산군청) |
기존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한 지자체 지원은 대부분 주차장, 간판과 도로 경관 개선, 문화행사 등 로컬 상인을 위해 유동인구를 늘리는 사업 등이 주를 이루었다. 일부 전통시장에서 청년 창업몰을 조성하기도 했지만 창업자의 준비 부족, 기존 전통시장의 폐쇄적 공간 등의 이유로 성과가 미미하기도 했다. 모종린 교수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강조한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로컬 크리에이터는 골목상권 등 지역시장에서 지역자원,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 소상공인을 말한다. 말 그래도 로컬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식음료, 숙박, 카페 등 전통적인 골목상업뿐만 아니라 디자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소셜벤처, 문화기획, 도시재생 스타트업 등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사업에 참여한다.’(p.93~94)고 설명한다. 백종원 대표 역시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 경제 산업에 참여를 한 셈이다.
또한 전통시장의 현대화와, 개발에 있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 백종원 대표의 경우, 본인의 유튜브를 통해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의 개발 비용 출처에 있어서 더본코리아와 함께, 사학 재단에 속한 수익용 재산으로 도교육청을 설득, 허가를 통해 가게 매입을 해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는 바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 대한 방지책이었다. 백 대표는 “‘골목식당’을 하면서 (매장들이) 많이 힘들어졌던 이유는, 손님이 많이 오게 되면 건물 임대 비용이 상승해, 나중에 결국 음식값을 올려야 되는 악순환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시장이 원하는 대로 활성화되면서 지역 상권이 살아나면, 젠트리피케이션을 차단하기 위해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며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불가피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이는 원주민들의 터전을 잃게 하는 요소이다. 최근 지자체들이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에서 적극적인 조율을 하고, 행정지원을 하며 상생을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앞으로의 지역 개발 역시 이 같은 부분에선 경각심을 필요로 한다.
전통시장들이 창업가의 꿈을 이루어주고, 손님들에게도 좋은 기억을 남겨줄 수 있는 곳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응원하게 되는 건 그곳을 오랜 시간 지켜온 상인들뿐만이 아니라, ‘전통시장’에 추억이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바램이 되고 있다.
↑ 진주시장에서 맥주 시음하는 시민들(사진 진주시청) |
경남 진주시에 위치한 중앙시장은 지난해 5~6월, 다양한 시민참여형 행사를 통해 청년들과 인플루언서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해당 기간 내 중앙시장 2층에 위치한 청년몰에서는 매주 금~일요일 ‘진주진맥 팝업스토어’를 개장했다. 금곡 앉은뱅이밀을 이용한 수제 맥주인 ‘진주진맥’ 행사장에서 시음맥주를 제공하기도 하고, 굿즈를 증정하거나 즉석 사진 이벤트가 열렸다. 같은 기간 내 중앙시장 방문자 중 사전 예약자들에게 팔찌, 비누, 케이크 만들기 등 원데이클래스 무료 수강을 진행하기도 하고, 도시재생사업으로 진행하는 ‘그린쉐어마켓’ 행사를 열어 방문객들로 하여금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현시장은, 청년 예술가들과 소상공인들의 콜라보를 통해 변신을 했다. 지난해 11월, 청년 예술가 15명의 감각을 빌려 중구 인현시장 40개 점포 디자인에 활력을 찾아주는 ‘아트테리어’ 사업이 마무리됐다. 인현시장 내 점포는 시설 노후화와 공간 협소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청년 예술가들은 이에 초점을 맞추고, 매장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이미지와 캐릭터, 통일된 색감 등 다양한 요소를 이용해 간판, 메뉴판, 주방 가림막, 내부 및 외부 벽, 조명을 개선하는 등 점포 경쟁력을 살렸다. 이번 사업을 주관한 청년협동조합연합회 이두영 회장은 “가게마다 사장님들의 고민을 여러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작업의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예술가와 점주의 치열한 소통’이었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사항부터, 점주가 원하는 디자인 방향, 어떻게 효과적으로 홍보할지 등에 대해 3개월간 소통을 하고 함께 고민을 이어나가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 현실적 해결책을 찾았나갔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여파와 경기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예술가들이 상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히며, 예술가들의 디자인 전략과 시장의 만남에
사진 이승연, LG전자, 스타벅스코리아, 진주시청, 예산군청, 백종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참고 및 자료발췌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모종린 저 / 알키 펴냄)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lee.seungyeon@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5호 (23.2.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