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지표가 나쁘면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시장 반응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 증시는 정반대로 움직인다. 지난주 미국과 한국 증시가 동시에 반짝 상승했다. 이유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8월의 구인 건수다. 전달 1117만건보다 112만건 줄어든 1005만건이었는데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작년 6월 이후 최저치다. 경기 침체를 알리는 징후인데도 시장은 환호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다. 지금은 금리를 인상할 요인이 훨씬 많다. 연준의 인식도 그렇다. 물가가 여전히 높아 금리인상 기조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가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에너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물가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OPEC플러스가 세계 원유 1일 공급량의 약 2%인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인플레이션 향방을 가를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일 공개된다. 전년 동월 대비 CPI 상승률은 6월 9.1%로 정점을 찍고 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8%대를 유지하고 있다. 8월 상승률은 8.3%였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 CPI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8월 근원 물가는 오히려 올랐다. 시장에서는 9월에도 근원 CPI 상승률이 6.6%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예상이 맞으면 8월 상승률인 6.3%에서 0.3% 포인트 높아진다. 미 연준의 물가 목표치는 2%다. 여기에 도달하려면 아직 멀었다. 연준은 이미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한 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인언트스텝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10명 중 9명은 그렇게 보고 있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3.00~3.25%이기 때문에 4%대로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FOMC 구성원들은 지난달 정례회의에 찍은 점도표에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 전망치를 4.4%로 예상했는데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더 높아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물가 상승률을 2%대로 돌려놓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도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ECB는 9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려면 우리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가계빚과 한계기업이 너무 많아 금리 인상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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