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옥죄는 노조법'…시민사회 개정 추진
노동계 '노동3권' vs 경영계 '재산권' 격돌 전망
↑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 화물창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 각 1m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하는 모습. 2022.7.19. / 사진 = 연합뉴스 |
노동·시민사회가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결성해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을 요구하는 활동에 나섰습니다. 최근 있었던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들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계기로 수년간 이어져 온 법 개정운동에 다시금 박차를 가하기로 한 것입니다. 경영계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 국회 앞에 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 등 모여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2022.9.14. / 사진 = 참여연대 |
14일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손잡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국민중행동 등 전국 93개 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 등은 오전 11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단체들은 '원청 책임/손해배상 금지(노란봉투법)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약칭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이하 운동본부)'를 결성하고 향후 사업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운동본부는 "노동3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이라면서 "그러나 원청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무책임한 교섭 회피로 인해 권리를 박탈당한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는 너무나도 많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교섭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회피하면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행위를 억제하고, 나아가 노동조합 활동을 전면 탄압하는 원청 기업의 반노동·반인권적 행태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2조와 손배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3조의 개정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억압하고 침해하는 사용자로 하여금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운동본부는 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대우조선해양대응 TF, 정의당이 관련 입법에 적극성을 띄고 있다면서 "국회 환노위에는 6개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며, 이후에도 추가 법안 발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으로 알려진 노조법 개정 운동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면 민·형사상 책임에서 면책됨에도 불구하고 범위가 협소하게 규정돼 있어 실제로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쟁의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도 기업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나 압류 신청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존속과 근로자의 생계가 위협받기 때문에, 실질적인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고치자는 것입니다. 실제 국제노동기구, ILO는 지난 2017년 과도한 손해배상 소송이 노동조합의 활동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민변 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MBN과 통화에서 "노조법 2조 개정 요구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명확하게 재정립 함으로써 특수고용과 간접고용 노동자의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하자는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문안은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노조법 3조 손해배상 책임 제한 규정은 오히려 노조 탄압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면책 조항으로서의 실질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행 노동법이 너무 협소하게 쟁의행위 정당성을 규정하므로 헌법상 노동3권과 충돌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규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면책조항이 개정돼야 한다"며 "일반적 손해배상, 가압류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14일 국회에서 만난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오른쪽)과 손경식 경총 회장(왼쪽) / 사진 = 연합뉴스 |
노동·시민사회의 이 같은 법 개정 움직임에 경영계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은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 후 몇 시간 만에 국회에서 소관 위원장인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노조법 개정안 입법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했습니다.
손 회장은 "노란봉투법은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우리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면서 "불법행위자가 피해를 배상하는 것이 법 질서의 기본 원칙인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불법행위자만 보호하는 결과를 초래해 우리 경제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제재가 없다면 노사간 쟁의 때 과격한 행동이 나올 수 있다면서, 입법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또 "중소기업 근로자 중에 70% 이상이 더 일하고 싶다고 한다"며 "주 52시간 근로제로 기업들이 문제를 겪으니 완화해달라"고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보완 입법을 요청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이 오너 경영체제라서 사업주가 징역형을 받으면 회사가 존속될 수 없으므로 처벌 수준을 완화해달라는 것입니다.
다만, 이용우 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재산권 침해라는 경영계 주장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권이 자신들의 재산권의 영역으로 들어왔는데 행사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대전제인데, (노동3권) 기본권 행사에 대해서 손해배상 청구권이 발생했다는 논리 전개의 대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기본권 행사가 손해배상 청구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면서 "'노란봉투법'으로 정리가 된다면 그와 같은 법 환경에서는 애초에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재산권 영역에서 발생하지 않으므로 침해될 여지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노조법 2조와 3조에 대한 개정안이 여러건 발의돼 있습니다. 다수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해철 환노위원장은 손경식 회장을 만나고 "국민들에게 필요한 입법을 하려 하고, 노란봉투법도
아울러 노조법 개정안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파괴 행위를 제외한 쟁위에 대한 손배를 제한하자는 것이라면서, 정부 입장도 들어보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동규 기자 eastern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