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경부터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기획재정부 등 정부 차원의 답변을 촉구하는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했다. 앞서 장애인 권리예산,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해온 이들은 이달 들어 지하철 4호선과 5호선 일대에서 활동에 나섰다.
전날부터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와 9호선 운행 일부 중단,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통제, 동부간선로 통제 등이 잇따랐지만 우려했던 '출근길 대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시위가 예고된 뒤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혼선을 겪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평소 버스와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해 출근한다는 20대 직장인 A씨는 "집 앞도 비가 많이 와 정신이 없었는데 버스나 지하철 중 어느 것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다"며 "택시를 불러도 오지 않아 버스를 탔는데 아침부터 마음을 많이 졸였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출근길에 4호선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시위 형태에 따라 지하철이 연착되기도 하고, 안 그런 경우도 있는데 미리 알 방법이 없어 매번 답답하다"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간대나 방식 등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단체는 오전 8시경 삼각지역에서 삭발식을 진행, 지하철을 타고 혜화역으로 이동하는 형태의 선전전을 상시 진행한다. 선전전은 출근 시간대 외에 오후나 저녁에도 이뤄지지만, "장애인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겠다는 데 상징성이 있다"는 게 단체 측의 설명이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남대문경찰서 집중출석요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9일에는 운행 지연 등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앞서 이달 1일에는 광화문역에서 여의도역에 이르는 구간이 1시간 30여분간 정체되는 일이 빚어졌다. 단체가 철창살로 제작된 대형 운반 수레를 동원, 휠체어와 수레로 문틈을 가로막는 식으로 시위한 까닭이다.
서울교통공사 집계로는 당시 상행선이 1시간 37분, 하행선이 1시간 33분 정체됐다. 평소라면 13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구간이다.
시위가 반복되면서 그로 인한 서울교통공사의 금전적 손해도 누적되고 있다. 공사 측은 사회적 논란을 우려, 올해 전장연 시위로 인해 발생한 구체적인 피해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1~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 후 공사 측은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 등 관계자 4명에게 손해배상금 3000만100원을 청구한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손실금을 산정할 때는 열차 지연 손실과 지연 반환금, 현장지원 인건비 등 3가지를 가지고 판단한다"며 "보통 열차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차 지연 손실은) 예를 들어 8대를 운행해야 하는데 지연으로 인해 7대밖에 운행을 못 했다. 그러면 (운행되지 못한) 1대당 몇 명이 탈 것이라는 예상 인원에 지하철 요금을 곱하는 것"이라며 "시위할 때 직원들이 더 필요하니 추가 근무 수당도 들어간다"고 부연했다.
한편 전장연은 오는 12일까지 매일 1명의 활동가가 지하철 역사에서 삭발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단체 측은 오는 17일에는 '제3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도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4호선 노선을 통해 출퇴근한다는 30대 직장인 B씨는 "비용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큰 손실은 시민들의 시간"이라며 "직장인이라면 아침 5분, 10분의 소중함을 누구나 알 것이다. 원만하고, 속도감 있는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및 예산 확보를 위한 시위에서 자신의 몸을 이동식 철제 칸막이에 쇠사슬로 묶고 참석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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