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규제 부작용 ◆
↑ 정부가 이번주 열리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규제지역 조정 방안을 확정하는 가운데 어느 지역이 규제에서 해제될지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20일까지 대구 아파트값은 3.19%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15일(-0.02%) 이후 32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범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실거래가가 2021년 1월 13억3000만원(11층)에서 올해 4월 10억5000만원(38층)으로 3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대구 분양 시장은 더욱 참담하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대구에서는 총 10개 단지가 분양했고, 그중 핵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수성구에서만 4개 단지가 분양에 나섰다. 하지만 10개 단지에서 모두 미분양이 발생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대구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0.4대1에 불과했다. 대구 지역 주택 미분양 가구 수는 2020년 12월 280가구에서 올해 4월 6827가구까지 급증했다. 현재 대구는 8개 구·군이 모두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분양권 전매 제한(최대 3년), 대출 시 총부채상환비율(DTI) 50%,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억원 이하 50%·9억원 초과 30% 한도 등 규제를 받고 있다. 한 주택 분양 관계자는 "아파트 공급량도 많은 상황에서 규제까지 더해져 시장이 장기적으로 침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작년에 1만7204가구였던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2만840가구, 3만4952가구로 늘어날 예정이다.
중구와 남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울산 역시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가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20일까지 울산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0.01%로, 인근 경남(1.69%)에 비해 부진한 모습이다.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아파트 청약 경쟁률 또한 평균 4.9대1로,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12대1)을 한참 밑돈다. 지난 3월 동구에서 청약했던 울산베스티안은 1.07대1의 평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고, 울주군에서 5월 청약한 온양발리신일해피트리더루츠는 0.48대1로 미분양이 발생했다.
시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세종시에서도 아파트 가격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20일까지 세종시 아파트 가격은 4.13% 떨어졌는데, 하락률로만 따지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1위다. 지난해 7월 26일(-0.09%)부터 48주 연속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세종시 가재11단지한신휴플러스 전용 84㎡는 지난해 3월 8억2500만원(9층)을 기록했던 실거래가가 올해 5월에는 6억3000만원(14층)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단 세종시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고, 인근 충남에서 새 아파트를 찾는 투자자들이 세종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 분양 경쟁률은 높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올해 세종시 청약 경쟁률은 평균 49.6대1에 달한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규제지역 부동산 시장이 전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이 급격히 식어 가는 곳들을 선별해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규제지역들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것과는 달리 규제에서 자유로운 수도권 인근 비규제지역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 외지인 투기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비규제지역인 강원 원주의 경우 올해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평균 28대1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이달 20일까지 아파트 가격 변동률 또한 0.11%로 아직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얼마 남지 않은 비규제지역인 이천은 지난해 외지인들의 투자가 크게 늘기도 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 45.1%를 기록했던 이천의 월간 외지인(이천 외 거주자) 투자 비율은 같은 해 8월 74.9%까지 올랐다. 최근 전국 부동산 시장
모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심 있는 투자자가 많아 버스로 함께 이동해 둘러보기도 했다"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대출도 많이 나오는 가운데 경강선으로 판교까지 이어지는 입지라 인기가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