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한화 이글스에게 3-1로 승리한 7일 잠실 KBO리그 경기를 지켜봤다.
우선 승리투수가 된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로버트 스탁은 이날 밸런스가 굉장히 좋지 않았다. 경기 초반부터 볼넷이 많았고 1회말에도 볼넷과 안타 등으로 좋지 않은 시작을 했다.
제구가 잡히지 않았던 건 왼쪽 어깨가 상당히 빨리 열리면서 팔이 왼쪽으로 감겨서 던지는 동작이 나왔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화는 1회 노아웃 만루라는 절호의 기회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선발투수가 그 정도로 흔들리는 점수를 내지 못했기에 사실상 1회부터 경기 승패가 갈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탁의 구위나 날카로운 변화구를 봤을 때 쉽게 공략할 수 있는 투수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한화가 찬스를 맞이하고도 그것을 못살렸기에, 이후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에 자신들이 몰린면이 있다. 아직 그런 상황에서 확실히 해결해줄 수 있는 베테랑 타자가 없다는 게 아쉽게 느껴졌다.
↑ 사진=천정환 기자 |
한화의 남지민은 어린 선발 투수다. 다시 상황을 복기하면 1회 한화 타자들이 점수를 내고 시작했다면 아마 남지민이 조금은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었을 것 같다. 한화에서 코치로 재직할 당시 지켜본 남지민은 굉장이 가능성이 있는 투수였다.
오늘 모습 역시 수술 이후 자기 구위를 찾아가면서 조금씩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 보였다. 남지민의 호투가 한화의 유일한 위안거리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남지민 역시 마찬가지다. 구속은 150km까지 나왔지만 밸런스와 릴리스포인트가 역시 좋지 않았다. 팔이 끝까지 뿌려지지 않고 왼쪽으로 감겨 던지는 상황이 계속 벌어졌고, 볼이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슬라이더 역시 스트라이크존 밖으로 빠져나가는 공이 많았다.
포수가 몸쪽 사인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바깥쪽 코스로 공이 들어가고, 바깥쪽 사인을 내면 S존을 벗어나는 볼이 되는 상황이 계속 나오면서 상당히 고전하는 투구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지민이 결국 6이닝 3실점으로 막았다는 건 구위가 좋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쉬운 건 강약 조절과 공의 회전수다. 두산 타자들이 남지민의 공을 공략했을 때 정타가 되는 상황이 많았다. 남지민이 아직까진 힘에 의존한 투구를 하고 있지 않나 싶다. 80% 정도의 힘만을 쓴다는 생각으로 부드럽게 던지면서 공을 때리는 순간만 빠른 팔 스윙을 한다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 사진=김재현 기자 |
투구수가 81구로 적었는데 어찌보면 두산에서 공격적으로 승부한 것이 의외로 남지민을 도와준 면이 있다. 두산이 만약 더 침착하게 템포를 늦춰서 남지민을 괴롭혔다면 더 힘들어질 수 있었다고 본다.
결국엔 남지민이 이런 여러 개선점을 참고하면서 계속해서 던져야 한다.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 선수기에 한화 입장에선 계속 키우고 성장시켜야 할 투수다.
한화 역시 마찬가지다. 보통 대부분 팀들이 볼넷이 6개 이상 넘어가면 기본적으로 3~4실점은 그냥 하고 시작하는 것과 똑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이유로 많은 감독과 코치들이 ‘볼넷을 줄 바엔 차라리 안타를 맞으라’고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타격전이 펼쳐지는 또 다른 종류의 재밌는 경기가 될 수도 있었는데 한화 타선이 그걸 끌고 가지 못한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1회 한화의 한 방이 터졌다면 젊은 선수들이 분위기를 타고 좋은 경기를 끌고 갔을텐데 그러지 못했다. 그게 한화와 두산의 승패를 가른 차이였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