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조양호 회장의 사진 작품 '체르마트 가는 길' [사진 = 배윤경 기자] |
'체르마트 가는 길'도 이 곳에 전시돼 있다. 길 뒤로 눈 덮인 알프스 풍경을 담은 이 사진은 이번 전시전의 유일한 흑백 사진 작품으로, 조 회장이 특별히 아껴 직접 액자에 담아 지인에게 선물한 작품이기도 하다.
평소 조 회장은 사진 사랑이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쁜 일정에 '출사'를 떠나진 못하고 업무 출장 길에 주로 카메라를 들어 출장길과 풍경 등을 담았다. '항공샷'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일을 하면서도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경우가 잦아 '카메라 든 회장님'으로 불리기도 했다.
↑ 고 조양호 회장의 사진 작품 `톈산산맥, 키르기즈스탄` [사진 = 한진그룹] |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를 찾을 때마다 카메라를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조 회장은 해외 취항 예정지를 직접 찾아 여행에 적합한 곳인지, 새로운 노선을 개설할 만한 곳인지를 검토했다. 2002년 대한항공이 지난, 옌타이, 샤먼 등 중국에 공격적인 진출에 나설 때도 조 회장은 양쯔강 인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중국의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이후 언급하기도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이날 오후 열린 본행사 인삿말에서 "아버님과 함께 출장길에 나서던 그 때 바쁜 와중에도 카메라를 챙겨 같은 풍경을 각자 다른 앵글로 담아내고, 서로의 사진을 보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눴던 일 하나하나가 기억 속에 선연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조양호 회장은 한 곳을 여러 번 방문하기 보단 안 가본 곳이나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선호했다. 지금은 유명 해외 여행지가 된 베트남 하롱베이, 터키 이스탄불, 중국 황산 등은 조 회장이 직접 카메라 여행을 통해 시장 잠재력을 확인하고 노선으로 개발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출장길에 짝은 사진을 그는 달력으로 만들어 해외기업 경영진이나 주한외교 사절 등 국내외 지인들에게 선물해 왔으며, 2011년 달력엔 "요즘 손자들을 보며 세상 사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나의 선친이 내 아들과 그랬듯이 나도 손자들과 함께 세상 구경 나설 날이 기다려집니다. 그 때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상이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진정 알게 되겠지요"라고 전한 바 있다.
↑ 조양호 회장 추모 사진전 전경 [사진 = 한진그룹] |
조 회장의 사진 사랑이 주변에 가벼운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적도 있다. 그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하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국 자리를 놓고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와 치열한 3자 경쟁을 벌일 때도 조 회장은 카메라를 어깨에 멘 채 외출을 했고 경쟁국 유치위원들로부터 "한국은 이번 경쟁에 여유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회장은 2009년 8월 사진에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가진 국내 유망 사진작가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일우 사진상'을 제정했다. 2010년 4월엔 서울 서소문 사옥 1층에 시민을 위한 문화전시공간인 '일우 스페이스'를 개관해 다양한 사진 및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서울 도심 속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일우(一宇)는 조 회장의 호(號)이다.
↑ 조양호 회장 추모 사진전 전경 [사진 = 한진그룹] |
이날 오후 열린 본 행사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주)한진 사장
이번 사진전은 오는 27일까지 약 3주 동안 이어진다. 총 40점의 조 회장 유작과 유류품을 확인할 수 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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