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투약 후 환자 숨지자 시신 유기…법원 "의사 면허 다시 줘라"

↑ [출처 : 연합뉴스]

법원이 수면유도제를 불법 투약했다 숨진 환자의 시신을 유기한 의사의 면허를 다시 주라고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전직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허 재교부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줘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의료법 취지와 공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의사 면허는 지난 2014년 7월 보건복지부에 의해 취소됐다. 서울의 한 병원 원장이던 A씨는 지난 2012년 지인에게 향정신성의약품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등을 섞어 불법 투여했다. 이 지인은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호흡정지로 사망했다. A씨는 숨진 지인의 시신을 한강공원 주차장에 유기했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했다.
A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사체 유기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형이 확정된 지 1년 만에 의사 면허도 사라졌다.
의사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은 3년이다. 지난 2017년 8월 A씨는 보건복지부에 의사 면허 재교부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지난해 3월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약물을 불법 투약한 것도 모자라 사망한 환자의 시신을 유기한 의사가 의료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 데 대해 국민적 정서와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사 면허 취소 사유가 극히 제한적인 점을 이번 판결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의료법상 직무와 관련한 고의범죄 등만 의사 면허 취소 사유가 되고 A씨에게 적용된 사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 등은 면허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다. 현행법에 비춰보면 보건복지부가 과도한 처분을 내렸다고 법원이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