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21일)은 부부의 날입니다.
부부가 평등한 시대라고 하지만, 불합리한 점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죠.
자녀에게 엄마 성을 물려주고 싶어도 까다롭게 돼 있는 현행 법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1년 전, 이런 법을 손보겠다고 했던 정부도 최근 입장을 바꿨습니다.
김종민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14년 결혼한 이수연 씨는 딸에게 자신의 성을 물려줬습니다.
▶ 인터뷰 : 이수연 / 딸에게 성을 물려준 엄마
- "가족이라는 것이 너무 폐쇄적이고 혈연 중심으로 정의되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가족을 인정한다는…. "
민법엔 자녀는 아버지의 성을 따른다고 돼 있는데, 어머니의 성을 물려주려면 혼인신고 때 결정을 해야 하고 별도의 협의서도 제출해야 합니다.
아이도 없는 상태에서 아이의 성을 결정해야 하는건데, 이 씨는 혼인신고를 미루다 아이를 낳고 혼인신고를 해 자신의 성을 물려줄 수 있었습니다.
혼인신고 때 남편의 성을 쓰겠다고 결정하면 나중엔 바꾸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혼을 했다가 다시 혼인신고를 하거나 따로 재판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딸에게 아버지인 자신의 성을 물려줬다가 아내의 성으로 바꾼 정민구 씨가 그런 경우 입니다.
▶ 인터뷰 : 정민구 / 딸에게 아내 성을 물려준 아빠
- "일단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느꼈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혼을 하고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더라고요. 성·본 번경 신청은 안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거고요."
아내의 성을 물려주기 어렵게 만든 민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자 지난해 여성가족부도 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혔습니다.
▶ 인터뷰 : 정영애 / 전 여성가족부 장관 (지난해 4월)
- "차별과 불편을 야기하는 현행 자녀의 성 결정 방식을 개선해 자녀 출생신고 시에 부모가 협의해 부 또는 모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하지만 1년이 지나 법 개정 실무 작업을 맡은 법무부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실상 백지화했고, 존폐 기로에 놓인 여성가족부 역시 침묵하는 상황입니다.
2008년부터 여성도 자녀에게 성을 물려줄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엄마의 성을 선택하는 건 차별에 맞서는 행동입니다.
▶ 인터뷰 : 정민구 / 딸에게 아내 성을 물려준 아빠
- "이게(성을 고치는 게)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는 게 쉽지 않아 보여요. 마음먹고 결심했다면 행동으로 옮기셔도 될 것 같다."
▶ 인터뷰 : 이수연 / 딸에게 성을 물려준 엄마
- "(법 개정을) 신중하게 검토하시고 추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법무부 장관님도 바뀌었잖아요. 합리적인 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MBN뉴스 김종민입니다.
영상취재 : 김형균 VJ, 전현준 VJ
영상편집 : 박찬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