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최한 정책세미나에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연평균 물적분할은 전체 상장사 분할에서 78% 비중이었는데 최근 5년간 8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평균 물적분할은 31건이었는데 2020년에는 55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11년 동안 분할 후 '쪼개기 상장'은 17건이었다. 특히 코스닥과 비교해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에서 재벌기업이 물적분할을 했을 때 초기 주가 흐름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남 연구위원은 "물적분할 공시가 부정적 뉴스로 인식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론 기업가치가 유의하게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났다"면서도 "물적분할이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도구로 남용되지 않도록 견제하고 소액 주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주주 보호 요건 구체화,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기업들이 소액 주주를 존중하고, 권리 보호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하고 있었다. 이날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세미나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를 하면 기업들이 떠날 것이란 주장에 공감한다"면서도 "해외 주식 투자가 보편화되는 등 자본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경영 자율성을 위한 결정'이라는 기존 기업들의 주장만으론 투자자 외면으로 인해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믿었던 배의 선장이 내가 올라타는 순간 소형 보트를 타고 도망갔다는 배신감은 경제적 실질에 변화가 없는데 왜 흥분하느냐는 말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향후 성장하려는 기업이라면 소액 주주 권리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의 발언은 물적분할 공시가 주가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고 분할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할인 효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실증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자 입장에선 달콤한 팥이 들어간 찐빵을 기대하고 투자했는데 팥은 몽땅 떼어 간 상황이 펼쳐진 셈"이라며 "상장 규제로 인한 현상들을 주주들에게 잘 설명하는 방식으로 접근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는 "획일적으로 동시 상장을 규제하게 된다면 우량 자회사들이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기준에 맞게 개별 상장 케이스마다 이해상충 소지를 면밀히 심사하는 게 핵심으로, 거래소는 대표이사 겸직 금지 등 경영 독립성 심사를 주요 쟁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도 "동시 상장 원천 금지 규제보다는 모회사 주주 손실 보호책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소액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자는 주장과 관련해 이재혁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2본부장은 "분할상장 시 신주를 50% 부여한다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이 경우 기업공개 시 30% 정도가 기관, 개인투자자 공모 대상"이라며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잠재적 투자자 피해로
이날 세미나에선 물적분할 관련 내용 외에도 스톡옵션 행사가 주주 이익 및 경영 성과와 연동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대다수 스톡옵션이 최소 기한인 2년이 지난 시점에 행사가 가능해 장기 성과와 연동돼 작동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