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장에 온기가 돌고있다. 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0년 이상 공동주택의 정밀안전진단 면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완화를 공약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옥좨왔던 과도한 재건축 규제를 개선해 서울 도심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재초환에 따른 부담금을 낮춰주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얻은 초과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걷어가는 제도다. 초과이익은 추진위원회 승인부터 준공시점까지 오른 집값에서 건축비 등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것을 의미한다. 초과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10~50%까지 부담금으로 환수한다. 초과이익이 1억 1000만원을 넘을 경우 50%를 부과한다. 이 제도는 노무현 정부때인 2006년 도입됐지만 부동산 침체로 시행이 유예되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부활했다.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수억원에 달하는 단지가 속출하면서 이는 재건축 진행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부담금 공포때문에 상당수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을 중단한 것이다. 인수위는 초과이익 평가시점을 추진위에서 조합설립인가 시점으로 바꿔 사업기간을 단축하거나 재초환 최고세율을 50%에서 25%로 낮추는 등의 다양한 방안이 논의 중이다.
안전진단과 관련해 윤당선인은 30년 넘은 공동주택의 정밀안전진단 면제와 더불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2018년 "사회적 낭비를 막겠다"며 구조안정성 비율을 20%에서 50%로 상향했던 것을 다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안전진단과 재초환 완화는 움츠려있던 재건축 시장에는 엄청난 호재다. 벌써부터 노후 재건축아파트 몸값이 치솟으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전용면적 183㎡)는 지난달 직전 신고가보다 7억 5000만원이 오른 59억5000만 원에 팔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 호가) 호가도 두달만에 2억 이상 뛰었다. 집주인들이 상승 기대감을 매물을 걷어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매수심리를 보여주는 매매수급지수는 강남4구의 경우 큰폭으로 개선된 96을 기록했다.
집값이 출렁이자 인수위 내부에서도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고있다. 규제 완화가 자칫 집값 불안을 야기 할 수 있어서다. 한동안 부동산시장은 잠잠했지만 상승 불씨는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은 옳지만 매수심리를 자극해 집값이 치솟는 것을 막으려면 인수위는 '신중 모드'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심윤희 논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