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촉구하는 미국 시위대 [AFP = 연합뉴스] |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과 유럽은 각종 경제 제재에 한목소리를 내며 동시다발적으로 압박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이 '결정적 카드'로 남겨놓은 에너지 분야에서는 유럽이 발을 빼는 모양새다.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날 러시아 에너지 수입 문제에 대한 조처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원유와 가스,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각종 금융 제재를 통해 러시아가 보유한 자산의 상당 부분을 동결한 미국은 추가 조치로 원유 금수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원유와 가스는 러시아 정부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수입원이다. 따라서 이 조치가 시행되면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미국은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번 조치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도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자유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구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수입 금지 대신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유럽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제안했다.
EU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 물량의 3분의 2를 줄이고, 2030년 이전까지 러시아의 화석연료에서 독립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대안으로 미국과 카타르 등에서 3분의 1 이상을 대체하고 나머지는 재생 에너지 확대와 절약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결국 에너지 제재에서 만큼은 미국과 유럽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날 EU의 방안에 대해 구속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방안은 일종의 목표 제시이지 실질적인 조치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EU가 미국의 '결정적 한방'에 동참하지 못한 것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실제 EU는 가스 90%, 석유제품 97%를 수입하고 있는데 이중 가스는 40%, 원유는 25% 가량을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상황이다. EU가 에너지 분야 제재만큼은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미국은 유럽과의 공조에 균열이 생긴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금수 조치가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각 나라가 자체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우리는 유럽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않았으며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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