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뀌는 서울 스카이라인 ◆
↑ 남산서울타워에서 3일 오후 바라본 압구정·성수동 일대 전경. 서울시가 35층 층고 규제를 폐지하면서 한강변을 중심으로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주형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한강변에서 건너편을 바라봤을 때 성냥갑처럼 같은 높이의 건물이 아닌 다양한 높이의 건물이 다채롭게 배치된 수준 높은 스카이라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재건축 수혜 단지는 여의도·압구정 등 한강변 일대 아파트가 될 전망이다. 여의도 일대 아파트의 경우 시범아파트와 한양아파트가 서울시 민간 정비사업 지원제도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하며 재건축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압구정 일대 재건축 단지 역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일환으로 일찌감치 50층 재건축을 준비한 성수동 일대도 그동안 '35층 룰'에 걸려 좀처럼 정비사업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번 계획안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시는 층수 제한 폐지로 모든 아파트가 일률적으로 '50층 이상 높이'로 지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층수 제한은 폐지됐지만 용적률은 상향 없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35층 규제를 폐지하면 과밀 현상으로 주거환경이 나빠진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용적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높고 슬림한 건물이 들어서면서 개방감도 높아지고, 답답한 느낌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층수 제한이 없어지고 용적률이 그대로라면 한강조망권을 살리는 설계안이 적용돼 건폐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그동안 고밀 개발의 폐해로 예상된 속칭 '병풍 아파트'와 같은 결과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도입했던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의 핵심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35층 이하로 제한하고, 한강 수변 인접 지역은 15층 이하로 규제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규제는 2014년 층고 제한 기준이 '2030 서울플랜'에 포함되면서 더욱 엄격하게 적용됐다.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 한강변 단지들의 층수는 모두 35층 이하로 정해졌고,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도 당초 45층을 계획했다가 서울시 심의 과정에서 35층으로 낮아졌다. 대치동 은마도 2017년 최고 49층으로 짓겠다는 정비안을 내놓았다가 서울시 심의를 넘지 못했다.
한편 서울시는 부동산 시장 가격이 다시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오 시장은 "높이 제한 폐지가 부동산 가격을 자극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며 "용적률이 변화하는 것이 아니기에 토지 이용 효율이 과거보다 높아진다는 것을 전제로 가격이 올라가는 일은 벌어질 수 없다"고 자신했다. 한강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에 적용되는 '15층 층고 제한'도 유지될 전망이다. 오 시장은 "한강 연변은 기존 원칙이 지켜질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건물을 배치하다 보면 한강에 연접한 동보다 뒤에 위치한 동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강조하는 것도 재건축 단지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대선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수도권 재건축 단지는 수혜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안전진단 기준을 크게 강화한 현 정부에서는 다수의 단지가 안전진단 단계에서 막혀 재건축을 시작도 못하고 있다"며 "용적률을 500%까지 올리겠다는 여야 후보들의 공약이 실현되면 분당, 일산 등 중층 아파트 단지 재건축 사업성을 대폭 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