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개통된 3호선의 연장 노선은 원래 대치동이 아닌 개포동을 지나게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가 강남 대치동 아파트 앞에서 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고, 노 대통령 취임 이후 3호선은 개포동이 아닌 대치동 노선으로 바뀌었는데 후유증은 엉뚱한 곳에서 일파만파로 번지게 되지요.
개포지구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에 당국은 궁여지책으로 서울과 신도시 분당을 잇는 분당선을 개포지역으로 우회하도록 하고,그러면서 도곡-구룡-개포동-대모산입구역을 6,7백 미터 간격으로 촘촘히 세웁니다. 분당선이 굽이굽이 계곡처럼 돌고 돈다는 뜻에서 '강남리 마을 전철'로 불리게 된 배경입니다.
지난주 국토교통부는 경기도 양주 덕정과 수원을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C 노선의 정차역을 원래 10개역에서 4개역을 추가해 무려 40%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느닷없이 역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한 이유가 뭘까요. 대통령 선거가 코 앞이기 때문일까요. 오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누가 봐도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맨 건 맞습니다.
급행철도에 역이 추가되면 누구는 좋을지 모르지만, 속도는 느려집니다. 그럼 현재 운행 중인 지하철과 별반 다르지 않겠죠.
뿐만 아니라, 이번에 국토부는 GTX-B 노선에 3개역을 추가할 수 있도록 포석을 깔았고, 현재 공사 중인 GTX-A노선 역시 압력이 끊이지 않으니, 정차역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통령 선거에 이어 6월 지방선거, 2년 후 총선 등 정치일정은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때마다 노선이 바뀌고 정차역이 추가되면, GTX는 그냥 '선거철'로 이름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요.
화호유구.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렸다는 뜻이죠. 우리 정부가 그리는 건 과연 뭐가 될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GTX '전철 전락' 안된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