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고도 계획적이다. ‘서치’에서 느낀 날것의 참신함과는 결이 다른, 절제되면서도 정통적인 미학이 물씬 느껴진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지만 초고속 전개에 지루할 틈이 없고, 두 주연 배우의 완벽한 대치가 90분 내내 긴장감을 유지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런’(감독 아니쉬 차간티)은 하반신 마비, 천식, 심장‧피부 질환 등을 타고난 아이 클로이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엄마의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장애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외딴 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콜로이는 엄마의 지극정성 덕분에 매일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식탁에 놓인 장바구니에서 엄마의 이름이 적힌 의문의 약을 발견하게 되고 믿었던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가장 안전했던 집은 순식간에 가장 위험한 공간이 돼버린다.
영화는 PC, 모바일, CCTV 등의 화면으로 구성하는 파격적이고 참신한 연출로 화제를 모았던 ‘서치’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신작으로 전작과는 전혀 다른 톤과 색깔, 긴장감으로 또 한 번 관객의 마음을 쥐고 흔든다. 정통 스릴러의 참맛을 강조하며 매 장면 디테일을 살렸고, 뼈대는 다소 뻔하지만 섬세하게 살점을 붙여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는 똑똑함으로 일찌감치 진실을 알아도 영화를 즐기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도록 높은 흡입력을 자랑한다.
이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치밀한 메가폰의 우직함과 두 배우의 놀라운 열연이 제대로 시너지를 내기 때문. 클로이는 미묘하게 죄수복 같은 세로 줄무늬 옷을 주로 입는데 이것은 집에 갇힌 죄수 신세임을 암시하고, 영화의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색채들이 변화를 이루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엄마 역할을 맡은 사라 폴슨은 스릴러 장르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례적 성과를 충분히 납득하게 하는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클로이를 연기한 키에라 앨런
꼼꼼한 구성, 빠른 전개, 계획적인 전환, 곳곳에 흩어진 은유와 떡밥이 탁월한 발렌스를 이룬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왜 영화 산업에서 촉망받는지를 입증해내는 안전하고도 단단한 스릴러의 탄생이다. 오는 20일 개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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