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오늘(16일) 확정됐지만, 독점 항공사 출현에 따른 소비자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식이 각자 운영이 아닌 통합으로 결정되면서 장기적으로 두 항공사의 중복 노선은 단일 노선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항공은 대규모 노선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용할 수 있는 항공권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습니다.
양사의 이익 개선을 위해 통합이 결정된 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 일부 노선은 감축이나 폐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국내 대형항공사(FSC) 시장이 독점 체제로 전환되면서 가격결정권을 가진 대한항공이 항공권 가격을 대폭 올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이 단독 운영했던 몽골 노선이 거리는 짧지만 유럽만큼 가격이 비쌌던 점을 거론하며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통합의 시너지를 살려 이러한 독점 폐해가 항공산업에 반영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미주 지역은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주 3회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비행기를 운영해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받았다"면서 "하지만 (조정 후) 서로 다른 날 운항하게 되면 소비자 편익이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노선의 급격한 폐지보다는 새로운 노선을 개척하거나 추가 운항이 필요한 노선에 잉여 기관이나 인력 투입해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외항사와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 등으로 급격한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 실장은 "국제선 항공 운임은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항공협정에 의해 상한선이 설정되고 그 안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임이 결정된다"며 "외항사가 현재 33% 이상의 시장점유율 갖고 있어서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운임을) 올릴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단독노선에서 과도한 운임을 받거나 하면 운수권 배분 등의 조치로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항공사가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마일리지 시스템도 통합됩니다.
김 실장은 "통합되면 마일리지는 같이 사용된다"면서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사용처가 부족해 소비자 불편이 컸는데 이제 대한항공이나 관련 제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오히려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 통합 비율에 관심이 쏠립니다.
마일리지 통합은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이 적용되겠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1대1 비율로 같은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금액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한 신용카드의 경우 대한항공은 1천500원당 1마일이 적립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1천원당 1마일이 적립되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이에 따라 여행 카페에서는 통합이 아시아나 마일리지 보유자에게 불리하다며 빨리 써버려야 한다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자 사이에서는 보너스 좌석 예약과 제휴 서비스 이용 경쟁이 심해지면서 혜택이 줄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각 사가 가입한 글로벌 항공 동맹이 다르다는 점도 마일리지 적립 소비자들에겐 불똥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델타항공 등과 함께 스카이팀 소속이고, 아시아나항공은 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 등이 가입된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입니다.
소비자들은 각 사에 적립한 마일리지로 동맹 내 항공사 티켓을 발권하거나 좌석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스타얼라이언스는 스카이팀보다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타이항공, 에티하드 등 국내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외항사들이 가입돼 이를 노리고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고객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자
한 소비자는 "애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모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쓸 수도 없게됐을 뿐더러 이제 쓰기도 어려워졌다"면서 "'아끼면 똥 된다'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