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연체율은 0.30%로 한 달 전보다 0.0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종전 최저치 0.33%보다 낮은 수준으로 2007년부터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다.
연체율이 떨어진 것은 대출 총액이 급증한 반면 신규 연체 증가 폭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3월부터 가계대출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9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1조원으로 작년 9월(1조4000억원)과 재작년 9월(1조3000억원)보다 적었다. 올해 7월(1조3000억원)과 8월(1조1000억원)에 비해서도 줄었다.
사상 최저 연체율은 대출받은 기업과 소비자의 상환 능력보다 넘쳐나는 유동성에 기댄 바가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에 유동성이 많기 때문에 차주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지면 추가 차입하거나 대환하는 방식으로 버틸 수 있다"며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은 연체가 거의 없는 편이고 신용대출을 조여야 연체가 발생하는데 은행권 신용대출은 매달 2조원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만 해도 연 4% 내외였던 대출 금리가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차주 이자 부담이 줄어든 것도 연체율이 하락한 이유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해 대출 만기를 미뤄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정책금융기관, 제2금융권에서 만기를 연장해준 금액은 104조1000억원에 달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업 여신은 부실이 이미 발생했어야 하는데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로 정확한 부실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며 "연체율 자체는 낮지만 대출 자산이 정말 건전한 것인지 알 수 없고, 불안한 은행들은 충당금을 더 쌓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올해 3분기까지 쌓은 충당금은 1조62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162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었다. 충당금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금융사가 미리 쌓아놓는 비용으로, 충당금이 늘면
[김혜순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