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황씨처럼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면서도 전셋값이 최대 2배 가까이 차이 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기존 전세계약을 갱신할 때와 새로 계약서를 쓸 때 전셋값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세입자들은 새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활용해 보증금의 5%만 올려주고 2년 더 안정적으로 살 수 있지만 신혼부부 등 신규 세입자는 크게 뛴 전셋값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 같은 전세시장의 '이중 가격' 현상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많았고 최근에는 강북 중저가 단지에서도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우수한 학군과 편리한 교통으로 실거주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 아파트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다. 국토부 실거래 정보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 76.79㎡는 지난달 31일 보증금 8억3000만원(9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지면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2주 전인 지난달 16일에는 보증금 4억2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4억2000만원은 4억원에서 5% 인상한 값으로 이는 2년 전 4억원에 맺었던 전세 거래를 갱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는 이달 들어서도 5억1400만원, 4억5150만원, 4억9350만원 등에 거래되며 '5% 인상'으로 기존 계약을 갱신한 예가 많았다.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도 같은 시기 전셋값 차이가 2배에 육박한다. 작년 초 입주장 때 물량이 쏟아지며 84㎡ 전셋값이 5억원 후반~6억원 초반대였지만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올해 8월 1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2년이 채 되지 않아 전셋값이 2배로 껑충 뛴 셈이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지난달 임대사업자가 공급한 아파트 1채가 계약 갱신을 통해 5% 오른 6억7200만원에 거래됐다.
서울 마포 용산 돈암 등 강북권에서도 '이중 가격' 현상이 나타났다. 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 간 전세가 차이가 1.3~1.6배로 벌어졌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1삼성래미안 84.94㎡는 이달 1일 8억8000만원(13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하루 전인 10월 31일 5억3000만원(3층)보다 66% 비싼 금액이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59.88㎡는 지난 8일 6억3000만원(14층)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9월 초 거래된 4억7000만원(2층)보다 1억6000만원 넘게 오른 것이다.
하지만 올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라고 마냥 속이 편한 건 아니다. 2년 후에는 치솟은 전셋값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년 후에는 입주 물량이 3분의 1로 더 줄어 공급 부족은 여전할 것"이라며 "전셋값은 치솟고 신규 전세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세입자는 물론 계약 갱신으로 4년간 안정적으로 살던 세입자도 대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3년부터 3기 신도시 물량과 임대사업자 매물이 공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교육과 직장 등을 이유로 서울에서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전세 물량 부족 등으로 전셋값은 전체적으로 크게 뛰고 있어 새로 전세를 구하려는 서민들의 주거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한울 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