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와 노출을 반복하면서 훼손이 심각한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대책을 찾는데만 8년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은 여전히 논의 중인데, 내년에도 7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또 배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013년부터 현재까지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을 위해 '보존 방안 마련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세계유산 등재 기반 마련 학술연구용역' 등 35회에 걸쳐 총 106억3175만원을 투입했다.
내년에도 '세계유산 등재 기반 마련 3차 학술연구용역'에 2억1000만원, '반구대 암각화 발견 50주년 연기기반 조성사업'에 1억1900만원, '반구대 암각화 탐방로 및 수목 정비사업'에 2억8000만 원 등 총 6억9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한반도 선사인들의 생활상이 바위에 그림으로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는 앞에 대곡천이 흐르고 있어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긴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식수댐으로 쓰이는 사연댐이 준공되면서 침수와 외부 노출 빈도가 늘어나 훼손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사연댐을 없애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 최적의 보존 방안이지만, 댐을 없애는 것은 울산지역 식수 문제로 이어져 논란이 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 방안은 2010년 전후 암각화가 있는 울산에서 논의되다가 2013년부터 문화재청이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암각화 앞에 투명 댐(카이네틱댐)을 설치해 하천과 단절시키는 방안은 실패로 돌아갔고, 카이네틱댐 대신 생태제방을 축조하는 방안은 없던 일이 됐다.
최근에는 반구대 암각화가 침수되면 사연댐 물을 강제로 밖으로 배출시키는 기능을 하는 '사이펀'을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울산시는 이 방안 관련 용역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정감사 중인 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13일 반구대 암각화를 찾아 기념촬영을 했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암각화 현장을 둘러보고 보존 방안을 찾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울산에서는 과거에도 수없이 봤던 모습이라 식상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지역에서는 암각화가 국회
이 의원은 "문화재청이 수년에 걸쳐 많은 예산을 투입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노력한 것은 감사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문화재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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