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제공 = 혼다] |
겉모양도 화려하지 않고 맛도 처음엔 심심하게 느껴지지만 씹을수록 진해지는 고소함과 구수함에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고 계속 젓가락을 움직이게 만드는 모두부의 담백함을 뉴 CR-V 터보에서 경험했다.
혼다 CR-V는 기교 부리지 않는 기술을 적용해 기본기가 탄탄한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체급에 비해 넓은 공간 활용성, 뛰어난 안전성으로 월드 베스트셀링카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Comfortable Runabout Vehicle'을 줄여 만든 차명처럼 편안하고 안락한 도심형 소형 SUV라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2004년 출시 이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수입 SUV '톱3'를 기록하고 2007년에는 1위를 차지하면서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인기 비결은 합리적 가격, 신뢰성 있는 파워트레인, 무난한 디자인, 넓은 공간과 다목적성 등이다. 오프로드는 거의 가지 않고 포장도로를 달리는 시대 흐름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한 '승용 감각의 SUV'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수입차 대중화 시대로 '수입차' 프리미엄이 독일차로 넘어가자 CR-V는 베스트셀링카 자리에서 내려왔다.
혼다코리아는 이에 상품성을 향상한 뉴 CR-V 터보로 반전을 노렸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뉴 CR-V는 당초 올 상반기 출시예정이었지만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일본제품 불매 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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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디자인은 기존 모델과 거의 같지만 터보에 어울리는 강인함과 세련미를 곳곳에 반영하면서 깔끔하게 다듬었다.
전면부의 경우 세련된 블랙 프런트 그릴, 강인하고 터프한 감성을 살린 와이드 범퍼를 적용했다. 범퍼에는 실버 로어 가니쉬를 적용해 역동성도 강조했다. 성능, 디자인, 효율성을 모두 고려한 LED 안개등도 새롭게 채용했다.
후면부의 경우 테두리를 블랙 하우징 처리한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했다. 리어 가니쉬는 일반 크롬 장식에서 다크 크롬으로 변경됐다. 윙 타입의 실버 로어 가니쉬도 채택했다. 머플러 모양은 원형에서 젊고 스포티한 감각의 사각형으로 다듬었다.
전장x전폭x전고는 4630×1855×1680mm다. 기아차 스포티지(4485×1855×1635mm), 르노삼성 XM3(4570×1820×1570mm)보다 크다. 르노삼성 QM6(4675×1845×1670mm)보다는 짧지만 넓고 높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뉴 CR-V가 2660mm다. 스포티지(2670mm), XM3(2720mm), QM6(2705mm)보다는 짧다. 실내공간은 국산 준중형 SUV 수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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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로 스마트폰 콘텐츠를 편리하게 즐길 수도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추가했다.
동급 SUV 중 유일하게 2열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도 전 트림에 새롭게 탑재했다.
프런트 센터 콘솔 박스는 슬라이드 타입 트레이를 적용, 3가지 모드(노멀, 수납, 대용량)로 사용할 수 있다. USB 포트는 센터페시아 하단으로 배치했다.
2열 도어는 180도 가까이 열린다. 좀 더 편하게 2열에 탑승할 수 있다. 실내 탑승 공간은 2914ℓ이고 2열 시트 폴딩 때 적재공간은 최대 2146ℓ로 동급 SUV보다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시트와 트렁크 플로어 간 단차 없이 평평해진다. 대형화물을 쉽게 수납할 수 있다. 자전거처럼 부피가 큰 짐도 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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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좌석 실내 도어 핸들 무드등과 어두운 실내에서 도움이 되는 앞좌석 풋 라이트를 새롭게 채용했다. 다만, 디지털로 미래 지향적 이미지를 추구하는 요즘 SUV 트렌드에는 다소 부족하다. 대시보드에 적용한 우드패널도 고급스러움보다는 올드한 느낌을 준다.
모든 트림에는 혼다의 차세대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Honda SENSING)을 기본 탑재했다.
4WD 투어링 트림은 동급 SUV 대비 최대 사이즈인 19인치 알로이 휠을 신규 적용했다. 전자제어식 실시간 AWD 시스템으로 주행 상황에 적합한 드라이빙과 연료효율성을 모두 추구했다.
기존 2센서에서 4센서로 늘어난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운전석 메모리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 프런트 와이퍼 결빙 방지 장치 등으로 4WD 투어링 트림의 사용자 편의성도 크게 업그레이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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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CR-V 터보는 다루기 쉽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운전 시야가 넓다. 운전자의 손과 발의 지시를 매끄럽게 수행하면서 경쾌하고 정밀하게 움직인다.
드라이브 모드 선택 방식은 아쉽다. 다이얼이나 버튼 방식이 아닌 기어 레버를 움직여 스포츠 모드(S)와 로우 모드(L)를 선택하는 예전 방식으로 '올드'한 이미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터보에 어울리는 폭발적인 주행 성능은 발휘하지 않는다. 다만 꾸준히 치고 올라가는 매끄러운 가속 성능을 지녀 답답하지는 않다.
소음과 진동 차단 성능은 무난한 편이다. 조용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당한 쿠션감을 지닌 시트가 노면에서 올라오는 자잘한 진동을 잘 걸러내고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도 적어 불편하지 않다.
우측 방향지시기를 작동하면 디스플레이에 우측후방 차선 상황이 나타난다. 사각지대 사고를 예방하는 레인 워치 시스템이다.
좌우측 상황을 모두 보여주는 현대기아차 후측방 모니터와 달리 우측후방 사각지대만 보여준다. 운전자가 사이드미러와 고갯짓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좌측방 상황은 보여주지 않는다. 꼭 필요한 사양만 넣겠다는 혼다의 고집이다. 다만, 레인 워치 시스템이 작동할 때는 내비게이션을 볼 수 없다.
반자율주행 성능도 만족스럽다. 스티어링휠에 있는 스위치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 속도와 차간 거리에 맞춰 정속 주행하다 다른 차가 끼어들면 속도를 줄이고 간격을 다시 맞춘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인 LKAS는 차선 중앙을 유지하며 주행하도록 지원한다.
CR-V는 2004년 국내 출시 이후 기본기와 내구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SUV다. 10년을 타도 잔고장이 거의 없어 1년 탄 것처럼 속 썩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뉴 CR-V 터보도 마찬가지로 화려한 기교보다는 탄탄한 기본기, 화려한 디자인보다는 심플하면서도 깔끔한 디자인, SUV라는 이름에 걸 맞는 실용성으로 질리지 않는 담백함을 선사한다.
화려함보다는 속 썩지 않고 오래 타
가격(부가세 포함)은 2WD가 3850만원, 4WD 투어링이 4540만원이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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