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성범죄물의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삭제 대상인 피해 촬영물을 30년간 보관하도록 규정하는 등 기관 설립취지에서 엇나간 운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30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으로부터 받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의 시스템 운영 현황과 개인정보영향평가(PIA)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지원센터는 범죄 영상물을 직접 삭제하지는 않지만 여성, 아동, 청소년 등의 신고를 받아 디지털 성범죄물에 대해 해상 웹사이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차단 요청을 하거나 경찰에 수사 자료를 제공하는 등 삭제 지원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지원센터는 정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에 따라 2018년 4월 인권진흥원에 설치됐습니다.
양 의원에 따르면 지원센터는 피해자들의 상담 신청을 받으면서 피해 촬영물, 피해 내용, 상담 내용을 30년간 보관한다는 조건에 동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동의를 받는 항목 아래에는 "거부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거부할 경우 상담지원, 삭제지원, 수사·법률·의료지원 연계 등 일부 서비스 지원이 제한된다"고 명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제한되는지에 대한 안내가 없어 피해자 입장에서는 생각하기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피해 상황이 담긴 영상물과 상담 내용을 30년간 지원센터에 보관하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지원센터는 28일 기준으로 올해 총 3천227건의 피해 동영상을 접수했습니다.
지난해에는 1천344건의 동영상과 2천627건의 사진 등 모두 3천971건을, 2018년에는 동영상 808건, 사진 3천41건을 합쳐 3천849건을 접수했습니다.
이를 합하면 현재 지원센터가 보유한 범죄 피해 사진과 동영상은 모두 1만1천47건에 이릅니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이 자료들은 지원센터에 앞으로 30년간 보관됩니다.
이런 문제점이 지적되자 지원센터 측은 보관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원센터는 피해 영상물과 피해자의 이름, 성명 등 신상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원센터가 한국전산감리원에 의뢰해 5월 1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실시한 개인정보 영향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원센터 측은 피해 영상물이 게시된 웹사이트 등에 삭제 요청을 할 때 함께 제출하게 돼 있는 피해자의 '대리 삭제 동의서'를 암호화하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은 이런 경우 외부 기관을 통해 피해자의 정보가 유출되거나 훼손·변조되지 않도록 별도의 암호를 설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지원센터는 이를 지키지 않았던 셈입니다.
지원센터는 또 피해 영상물 등에 대한 해킹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시스템에 접속할 때에는 인터넷이 안 되고 백신이 설치된 전용 단말기를 쓰도록 한 규정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지원센터 측은 전산감리원으로부터 이런 지적을 받자 오는 11월까지 외부기관에
양 의원은 "피해 촬영물 보관기간이 길어질수록 유출 우려 등도 그만큼 커진다"며 "최소한 수집, 최소한 보관이 개인정보보호의 원칙인 만큼 목적 달성 후 파기되도록 관련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