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연방 정부가 오는 9월 25일 부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홍콩산 제품은 '메이드인 홍콩'이 아닌 '메이드인 차이나'로 표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행정규칙 초안을 만들어 고시할 예정이라고 이날 전했다. 해당 원산지 표기 규정은 미국에서는 11일에 고시되며 고시된지 45일 이후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홍콩 제품이 '중국산'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으면 물건이 미국 항구 등에 도착하는 즉시 10%징벌적 관세를 물게 된다.
이번 '중국산 원산지 규정'은 홍콩 자체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소재 무역법 로펌인 샌들러·트레비스앤로젠버그는 이날 메모를 통해 "원산지 규정이 바뀌게 되면 홍콩에서 생산됐거나 실질적인 변형을 거쳐 만들어진 상품이 중국산으로 분류돼 미국의 무역법 301조 적용을 받을 수 있으며 이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슈퍼 301조'로도 불리는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이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일삼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행정명령으로 100%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근거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왔다.
SCMP는 그간 홍콩에서 자체 생산한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홍콩이 중국산 제품 '재수출 항구'로 활용돼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재 홍콩 전체 수출에서 실제 홍콩에서 생산된 제품의 비중은 1%에 그친다. 미국에 대한 홍콩 수출은 올해 1~5월을 통틀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3%줄어든 상태다. 그간 홍콩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대미 무역적자 총 260억 달러)에는 적자 규모가 16%줄었다. 이코노미스트 지의 인텔리전스 유닛 소속 존 마렛은 미국 조치에 대해 "홍콩만 놓고 보면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원산지 규정'은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자치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미국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특히 지난 달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에 대한 무역 등 특별대우를 철회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구체적인 조치다. 미국은 그간 홍콩정책법(1992년)에 따라 홍콩 민주주의가 보장받는다는 전제 하에 홍콩에 대해서는 중국 본토와 달리 비자·무역·투자 등 측면에서 우대 조치를 해왔지만, 올해 7월부로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강행해 홍콩 단속에 들어가자 미국에서는 정부 뿐 아니라 민주·공화당 의원들도 한 목소리로 중국을 비난하면서 홍콩 특혜 박탈을
지난 10일 중국은 홍콩보안법을 근거로 홍콩 당국을 통해 '중국 비판 매체' 빈과일보의 지미 라이 회장과 민주화 인사들을 체포했다. 지난 달 31일에는 올해 예정된 입법회(홍콩 의회) 선거를 1년 연기하면서 조슈아 웡 등 민주파 후보들의 선거 자격도 박탈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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