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유행에 좀 민감하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유급휴직 혹은 실직 등 수입 하락이란 직격탄을 맞으며 오히려 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게 됐다.
'당신의 근처(이를 줄여 당근)'에서 모바일을 통해 중고거래를 할 수 있게 한 플랫폼 당근마켓. 중고거래 시장에서 독주하던 '중고나라'를 위협하며 경기 불황에 더욱 폭풍 성장중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중고거래 자체는 새로울 것 없는 거래 형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왜 당근마켓에 열광하는 걸까. 스스로를 '당근 덕후'(혹은 '당근러')라고 일컫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 [사진제공 : 당근마켓] |
두 아이가 보던 책부터 서랍장, 수북이 쌓인 장난감 등을 이사가기 전까지 처분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박씨는 이를 손쉽게 달성하며 당근마켓을 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처음엔 이걸 언제 다 팔 수 있을까 싶었다"며 "하지만 신기하게도 올리는 족족 물건들이 팔려 나갔다"고 말했다.
팔다보니 노하우가 생긴 박씨는 이런 것을 누가 사갈까 싶은 커텐봉이나 유행 지난 액세서리 등을 올려봤다. 그런데 이 역시 잘 팔리자 자신감이 더 붙었다고 했다. 그가 이사가기 전 한 달 동안 당근마켓에서 중고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은 약 100만원.
↑ [사진제공 : 당근마켓] |
직장인 임모(31)씨는 당근마켓 거래를 통해 '힐링한다'고 말했다. 내게는 쓸모 없어진 물건이 누군가에겐 '득템'이 돼 보람찬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동네 주민들과 일종의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자는 캠페인)' 운동에 참여한다는 뿌듯함이 크다고 했다.
↑ [사진제공 : 당근마켓] |
거래 초기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워 직거래 장소에 남편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상대방 역시 같은 불안함에 자신의 남편을 내보내 해프닝을 겪었다. 임씨는 "당연히 여자 옷을 판매 해 여자 분이 나올 줄 알았는데 남자 분이 나온 적이 있다"며 "서로 거래 당사자인 줄 모르고 두 남자가 마냥 기다렸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은 20여 차례 이상 거래 경험이 쌓여 당당히 "당근님 만나러 간다"고 말하게 됐다는 임씨다.
↑ [사진제공 : 당근마켓] |
실제로 당근마켓은 '동네생활'이란 코너를 운영하며 동네 인증을 한 이웃들끼리 동네맛집과 각종 생활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고 있다.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셈이다.
↑ 당근마켓 '동네생활'에 올라온 글들 |
타플랫폼에서와 달리 동네를 기반으로 한 당근마켓의 거래 형태는 분명 큰 경쟁력이다. 하지만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중고=남이 쓰던 것'이란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있는 상황에서 거래 자체를 꺼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때가 있어서다.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등을 번갈아 사용한다는 박모(44)씨는 "후딱 팔아버리고 싶은 물건이 있는데 동네를 기반으로 한 당근마켓에선 나를 잘 알고 있는 구매자가 나올 수 있단 생각이 들어 거래를 편히 하기가 좀 그렇다"며 "가뜩이나 물건 상태나 품질을 놓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이 많은데 바로 내 이웃과 트러블이라도 발생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 [사진제공 : 당근마켓] |
박씨는 "하필 중고거래에 나온 구매자가 그 병원에 다니던 손님이었던 것"이라며 "중고나라 등과 달리 당근마켓에는 익명성 보장이 어려운 점이 누군가에겐 거래 제약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사기로부터 당근마켓 역시 자유롭지 않아 문제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나 동네 생활 반경을 노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강모(46)씨 역시 "최근 중고나라에서 보던 사기 수법 등이 당근마켓에서도 엿보인다"며 "동네인증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달리 하는 사람들이 요즘 눈에 띄어 이게 지역기반으로 한 중고거래가 맞는지, 그러한 사람들은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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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덕 기자 news@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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