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연봉 5500만 원 투수의 환상적인 탈삼진 쇼였다. 30일 KBO리그 잠실 두산전은 이영준(30)에게 특별한 경기였다.
이영준은 이날 팀의 세 번째 투수로 7회말에 구원 등판했다. 키움이 7-5, 2점 차로 앞선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산이 6회말에 최주환의 3점 홈런으로 매섭게 추격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승리조 출동이었다. 이영준, 안우진, 조상우를 차례로 투입해 1이닝씩을 막게 하겠다는 게 손혁 키움 감독의 계산이었다.
↑ 이영준이 30일 KBO리그 잠실 키움-두산전에서 7회말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
이영준이 먼저 나갔다. 그의 시즌 30번째 경기. 숫자 30. 의미가 있다. 개인 시즌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새로 작성했다. 종전 기록은 2019년의 29경기였다.
순탄치는 않았다. 이영준은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더니 3회말에 홈런을 터뜨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무사 1, 2루에서 두산 중심 타선과 대결했다. 한 방을 맞으면 역전이었다. 피할 길은 없었다. 정면 승부였다.
그때 이영준의 역투가 돋보였다. 오재일과 김재환을 묵직한 속구로 연속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처리했다. 2019년 한국시리즈 2차전을 떠올리게 만든 순간이었다.
타석엔 최주환이 들어섰다. 이영준과 시즌 전적은 2타수 무안타. 그러나 직전 타석에서 최원태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홈런을 날렸던 ‘요주의 선수’였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정수빈이 3루를 훔치며 이영준을 흔들었다.
2사 1, 3루에 몰린 이영준은 최주환과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다. 그리고 147km 속구를 힘껏 던졌다. 최주환이 배트를 휘둘렀으나 오재일, 김재환처럼 헛스윙 삼진 아웃으로 물러났다.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위기를 탈출한 이영준이다. 시즌 18·19·20호 탈삼진. 그는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도 경신했다. 2019년엔 탈삼진 19개를 기록했다.
또한, 이영준은 시즌 15호 홀드로 이 부문 단독 선두가 됐다. 주권(14홀드·kt)은 이날 광주 KIA전(kt 4-1 승)에 결장했다.
지난해 중반까지 ‘무명의 투수’였던 이영준의 홀드왕 도전은 진행형이다. 영웅 군단은 그동안 한현희(2013·2014년), 이보근(2016년), 김상수(2019년) 등 3명의 홀드왕을 배출했다.
키움은 이영준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을 8-5로 제압했
3연승을 달린 키움(41승 31패)은 2위 두산(40승 30패)과 승차를 0으로 만들었다. 두산과 시즌 상대 전적도 4승 2패로 우세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