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부동산시장 ◆
직장인 박 모씨는 최근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 3법' 시행이 임박했다는 뉴스를 듣고 근심에 빠졌다. 지난해 7월 입주한 경기 화성 서동탄 아파트 전용 84㎡를 전세 놓고 있는데 1년 전에 전셋값을 너무 싸게 받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2400가구가 대거 입주하다 보니 전세 물량이 쏟아져 전셋값이 떨어졌지만 2년 뒤 만기 때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현재 아파트 전셋값은 1억원 가까이 올랐지만 앞으로 전세를 올릴 수 없어 손해를 보게 생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 추진 소식에 전·월세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집주인들은 '세를 준 집에 이사 가야 한다' '월세로 돌려야 한다' 등 대안을 강구하느라 바쁘고, 세입자들도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 어쩌나' '갑자기 내쫓기면 어떡하나' 등 불안한 심정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년간 선의로 전셋값을 올리지 않았던 집주인들은 임대차 3법에 전셋값을 못 올리게 돼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최근 계약 종료를 앞둔 임대인들은 임대차 3법 시행에 대비해 호가를 올리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동시에 시행되면 4년간 임대료를 못 올리니 4년 인상분을 한꺼번에 챙기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임대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은 곳들은 비상이다. 특히 아파트 입주장 때 전세를 싸게 내놓은 곳들은 "꼼짝없이 손해 보게 생겼다"는 반응이다. 통상 아파트는 입주 때 전세 물량이 쏟아져 전셋값이 낮게 책정되고 서서히 오른다. 지난해 수원 아파트를 월세를 안고 매입한 직장인 이 모씨는 "세입자가 월세를 밀려서 내년 7월 계약 만료 때 전세로 새 세입자를 받을까 했는데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더 살겠다는 세입자를 내보낼 수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여당이 발의한 임대차보호법에서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때 임대료를 직전 임대료의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이 소급 적용되면 기존 임대를 준 사람은 다음 계약 때 그 임대료의 5% 이내만 인상이 허용된다. 이 때문에 일부 집주인은 아예 자신이 세를 준 집에 들어가 산 뒤 다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전·월세를 놓는 방안까지 고려한다.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 세를 준 직장인 이 모씨는 "시세보다 3억원 낮게 전세를 줬는데, 내년 계약이 끝날 때 내가 들어가 살다가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집주인들이 속속 입주하면 그만큼 전·월세 물량이 줄어 궁극적으로 세입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전셋값은 6·17 대책에 포함된 실거주 조건 강화로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54주 연속 상승세(0.10%)를 이어갔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집값과 전셋값을 잡는 데 모두 실패하고 시장 불안만 부추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출 규제 등 각종 규제에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며 불안한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찾고 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집주인이 계약 종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보증기관이 대신 전세금을 세입자에게 반환해주는 상품이다. 이 보증 가입은 2015년 3941가구에서 지난해 15만6095가구로 급증했고, 올해는 6월 말까지 이미 반년 만에 8만819가구(16조2734억원)나 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갭투자자에 대한 전세자금
[이선희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