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대책 역풍 ◆
8일 경기 하남 위례에서 전세를 알아보던 주부 이 모씨는 하루 만에 5000만원 오른 전세금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그가 알아보던 위례그린파크푸르지오(전용면적 101㎡) 전세 매물 전세금이 전날만 해도 7억5000만원이었는데 8억원으로 오른 것이다. 네이버에 올라온 다른 매물도 상승을 뜻하는 '빨간 화살표(↑)'가 붙어 있었다. 이달 초만 해도 7억3000만원 하던 또 다른 매물도 이날 8억원으로 상승했다. 공인중개업소에 물어보니 "임대차 3법 뉴스를 보고 집주인들이 4년치 받을 것을 미리 다 올려받자"면서 호가를 일제히 높였다고 했다.
전날 언론에서 정부와 여당이 전·월세 인상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임대차 3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집주인들이 수천만 원씩 호가를 높였다는 것이다. 정부의 두서없는 과도한 규제로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외곽까지 '최악의 전세난'이 전망되고 있다. 가뜩이나 전세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출 한도 축소와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의무를 강화한 6·17 부동산 대책이 전세 수요를 자극하고 있고, 정부의 임대차 3법 강행 움직임에 화들짝 놀란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호가를 올리면서 전세시장은 '매물은 없고 호가는 날뛰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입자들은 "가격은 상관없으니 전세 물건만 잡아 달라"며 중개업소에 애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없이 가격만 옥죄는 정책이 전세시장에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억지로 가격을 누르니 단기간에는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공급을 틀어막아 전세금이 폭발할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동산 민심 이반 현상이 나타나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고위공직자 주택 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2인자마저 '똘똘한 강남 한 채'를 지킨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결국 논란을 빚었던 반포 집을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손일선 기자 /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