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함에 대한 요구가 고전에까지 팔을 뻗치고 있다. PC는 편견이 섞인 표현과 행동을 자제하자는 사회적 운동으로 1980년대 시작돼 2000년대 들어 강한 지지를 받아 왔다. 본래 현시대 공인과 콘텐츠를 주로 겨냥하던 이 운동이 최근엔 옛 텍스트의 혐오와 차별 정서를 재검증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다. 대중문화의 파급력을 고려했을 때 당연한 움직임이라는 입장과 당대 시대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배제된 과격한 흐름이라는 반박이 대립하고 있다.
◆ 느닷없이 일어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사재기 열풍
↑ 흑인노예제 미화 논란을 일으킨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최근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 HBO맥스에서 퇴출됐다. |
인종 차별 요소 때문에 재조명된 과거 작품은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영국 BBC에 따르면 2003년 방영된 TV 코미디 시리즈 '리틀 브리튼'은 넷플릭스, BBC 아이플레이어 등 OTT에서 퇴출됐다. 일부 에피소드에서 백인 출연자가 흑인으로 분장한 것이 문제되면서다. 흑인 이외의 인종이 흑인을 연기하기 위해 분장하는 '블랙페이스'(blackface)는 인종 차별 행위로 간주된다.
클래식 애니메이션도 자유롭지 못하다.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는 소수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기 코끼리를 주인공으로 삼은 '덤보'(1941)가 대표적이다. 코끼리 덤보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는 까마귀떼 대장의 이름을 '짐 크로'라고 설정한 것이다. 짐 크로는 183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끈 흑인 비하 코미디쇼 캐릭터의 명칭이다. 1876년 미국 내 인종간 분리를 합법화한 '흑백 분리법'이 '짐 크로 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 소설 '운수 좋은 날', 아내 뺨 때리는 김첨지의 폭력성 논란
↑ 영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의 한 장면. 인력거를 끄는 김첨지가 아내를 대하는 폭력적 태도가 요 몇 년 새 논쟁 대상이 됐다. [사진 제공 = 이달투] |
◆ 법원, 영화 '청년경찰' 제작사에 "중국동포에 사과" 권고
↑ 조선족 혐오를 키운다고 비판 받은 영화 `청년경찰`의 제작사는 최근 법원에서 중국동포에 대한 사과 권고를 받았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 "고전 보전하면서도 이에 대한 비판 함께 하는 태도 중요"
↑ 애니미이션 `덤보`는 코끼리 덤보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는 까마귀떼 대장의 이름을 `짐 크로`라고 설정한 것이 문제 됐다. 디즈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플러스는 이 같은 인종차별 요소를 품은 고전영화에 경고문구를 삽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월트 디즈니] |
이에 고전을 보전하려는 노력과 그 한계를 비판하는 태도를 함께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기도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는 일부 애니메이션에서 인종차별 요소를 포함한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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