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업자(간편결제업체)에 후불 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전자금융업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2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간편결제업체에 소액 후불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후불 결제는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을 확보한 기업만 가능한데, 이를 핀테크 업체에도 열어주는 게 핵심이다. 현행 간편결제업체 등록 허가 기준 자본금은 10분의 1인 20억원이다.
현재 간편결제업체는 '선불결제'만 가능하다. 간편결제업체들은 꾸준히 후불 결제 허용을 요청해왔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해 핀테크 현장 간담회에서 "간편결제로 버스·지하철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후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업계는 새로운 수수료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당국으로서도 지난해 하루 평균 간편결제액이 1745억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만큼 핀테크 업계 규제 완화를 통해 혁신금융을 키울 수 있다는 명분이 있어 후불 결제 허용에 긍정적인 태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제 수단 선택권이 넓어지는 데다 혁신 결제 수단의 등장으로 결제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후불 결제 한도 상향은 최근 휴대전화 소액 결제 한도가 100만원으로 오른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약관 변경을 통해 소액 결제 월 한도 금액을 기존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높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휴대전화 소액 결제는 통신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다날 등 PG사가 가맹점 수수료로 10% 정도 가져간다"며 "간편결제업체로 후불 결제 수요를 돌리면 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사가 아닌데 후불 결제를 하는 기업은 통신사가 유일하다.
다만 후불 결제 한도가 최대 100만원까지 올라가면 '사실상 여신 허용'이라는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소액 결제는 통신사가 고객 통신비를 받아 두 달 뒤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라 대출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간편결제업체 후불 결제는 기존 신용카드사와 마찬가지로 결제 후 2~3일 안에 업체가 가맹점에 돈을 먼저 준 뒤 고객에게 대금을 받는 형태다. 고객이 본인 '신용'으로 돈을 빌려쓰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간편결제업체는 손쉽게 대출을 해줄 수 있게 된다.
한도를 높인 후불 결제가 가계대출 증가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카드 발급을 거부당한 고객들이 간
카드사들도 '금융업'을 간편결제업체에 열어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간편결제업체들이 대출 사업을 통해 수수료를 벌고 싶으면 금융업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된다"며 "핀테크 업체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고 지적했다.
[정주원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