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92살 이용수 할머니가 두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정의연 전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후 온라인에서는 이 할머니를 겨눈 온갖 혐오표현과 인신공격이 확산했습니다.
지난 7일 이 할머니가 대구에서 첫 기자회견을 연 직후부터 포털사이트 댓글에는 할머니의 발언 내용과 무관한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습니다.
“(이 할머니가) 치매다", "노망이 났다"는 식의 노인 혐오부터 "대구 할매", "참 대구스럽다" 등 지역 비하발언까지 잇따랐습니다.
이런 조롱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 정치인과 유명인의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윤미향 의원이 당선될 때 소속 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지난 8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할머니가 주변에 계신 분에 의해 조금 기억이 왜곡된 것 같다"며 이 할머니의 발언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던 변영주 감독은 할머니의 첫 회견 후 페이스북에 "내가 오래전부터 말했지 않나. 그 할머니는 원래 그러신 분"이라며 "당신들의 친할머니들도 맨날 이랬다저랬다, 섭섭하다 화났다 하시잖아요"라고 썼다가 논란이 커지자 글을 삭제했습니다.
이 할머니가 지난 25일 2차 기자회견에서 윤미향 의원을 재차 강하게 비판한 후에는 할머니를 둘러싼 온라인상의 논쟁이 음모론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친여 인사를 지지하는 페이스북 모임 등에서는 '보수단체와 야당 측이 할머니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됐습니다.
2012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하려던 이 할머니를 윤미향 의원이 만류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고 나서는 할머니가 최근 기자회견에 나선 동기를 '질투심'으로 모는 시각이 등장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는 "자기는 국회의원도 못 하고 죽게 생겼는데, 새파랗게 어린 게 국회의원 한다니까 못 먹는 감에 독이라도 찔러넣고 싶었던 게지", "구순이 넘은 나이에 노욕이 발동했다" 등 이 할머니가 윤 의원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습니다.
혼란을 틈타 이용수 할머니를 '가짜 위안부'라고 비난하는 등 역사 왜곡성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한 블로거는 포털사이트에 "한국에서 피해자 흉내를 내던 '자칭' 위안부들은 모두 사기꾼"이라며 "이용수 할머니는 아예 위안부와 상관없는 사람이고, 반일감정을 부추기며 선동해 돈을 벌던 인물이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다른 사이트로 여러 차례 공유됐습니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에서 확산하는 혐오성 발언과 음모론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위안부 문제 연구서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가 이토록 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어렵게 목소리를 낸 할머니가 배제되고 억압받는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썼습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공격은 명백한 2차 가해이자 인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학과 교수는 31일 "맹목적 비난과 근거 없는 음모론은 오히려 이 할머니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흐리고, 소모적인 편 가르기만을 낳는다"며 "이런 식의 2차 가해는 위안부 문제의 진정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