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부자 요구하면 사용내역 공개의무…행안부 내달 시행령 개정

↑ 행정안전부 [사진 = 연합뉴스]

이르면 다음 달부터 기부자가 기부한 내역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기부단체에 요구하면 기부단체가 모금액, 사용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부자가 기부금 모집·사용 내역을 요구해도 기부금품 모집자는 공개 의무가 없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불투명한 회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기부자의 알권리 강화를 위해 시행령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다음 달 안에 입법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법제처에서 시행령 개정안을 최종 심사 중"이라며 "법제처 심사를 통과하면 이후 차관회의, 국무회의에 상정해 빠른 시일 내로 공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부금품법 시행령 개정은 행정입법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 국무회의 통과 후 관보에 게재되면 공포 즉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경우 내달까지 입법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부자가 기부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항만으로는 기부금의 모집상황, 사용명세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 기부단체에 기부금 모집·사용내역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기부단체는 기부자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만 한다.
기부자의 알권리와 더불어 기부단체의 책임성을 강화해 기부금 모집·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겠단 취지다. 행안부는 국민들의 기부에 대한 관심이 증대함에도 일부 기부단체들의 불법 모집·사용 사례가 기부문화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판단에서 개정안을 추진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의 폭로로 수면 위로 드러난 정의연대의 불투명한 회계 운영과 관련해서도 기부자들은 정확한 사용 명세 공개를 정의연대에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개인계좌를 이용해 기부금 모금을 한 내역에 대해서도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익법인, 기부단체 등의 반발이 심해 개정안이 마지막 국무회의 문턱까지 넘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행안부는 2년 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했지만 입법까지 이르지 못했다. 영세한 기부단체들의 경우 업무 과부하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부자의 알권리 충족을 통한 기부의 투명성 및 활성화를 위해 입법을 추진했다"며 "기부단체들의 입장을 듣기 위한 간담회 등을 통해 의견을 청취했고 처음보다는 많은 단체들이 입법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