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성폭력 피해에도 적용됩니다. 운동부 안팎으로 도움을 청해도 지체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피해 사실을 무시당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나를 위한 지도라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신체접촉을 원하지 않아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의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담긴 피해 증언 내용입니다.
인권위는 오늘(13일) 인권위 교육센터에서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보고'를 열고 지난해 10월 1천55명 장애인 체육선수(중·고등·성인)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및 심층 면접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장애인 선수 22.2%는 신체적 폭력이나 언어폭력 등을 경험했습니다. 또 9.2%는 언어나 육체적 성희롱, 성폭행 등을 경험했습니다.
성별로 보면 여성 장애인 선수의 13.6%가 성폭력을 경험했고 남성 장애인 선수도 7.8%가 성폭력을 겪었습니다.
가해자는 동료·후배 선수가 40.6%(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선배선수(34.3%), 감독·코치(25.2%) 순이었습니다. 피해 장소는 훈련장(41.3%), 경기장(28.0%), 회식 자리(18.2%) 등이었습니다.
한 장애인 선수는 "코치가 선수들 허락도 없이 머리나 어깨 등 신체 일부를 만지고, '만지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렇게 성폭력을 당해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긴 어려웠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50.0%는 '도움을 요청하지도, 외부기관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답했으며 대응하지 못한 이유에 39.4%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장애인 선수 48.6%만이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았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다른 장애인 선수는 "신체 폭력이나 성폭력 피해를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알았다고 해도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돼 신고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진술했습니다.
여성 장애인 선수의 18.2%는 생리 중에도 휴식이나 휴가를 요구할 수 없고 28.9%는 생리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도 이를 숨기고 경기나 훈련에 나섰습니다. 시합을 앞두고 피임약을 먹어 생리를 미룬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1.8%나 됐습니다.
장애인 선수 10명 중 2명은 폭언이나 폭력에도 노출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폭력 피해 이후 84.5%가 주변이나 외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38.1%는 '얘기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고 22.4%는 '얘기하면 선수 생활에 불리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내·외부 기관이나 지도자 등에게 도움을 요청한 경우 67.3%는 '불이익 처분 등 2차 피해를 보았다'고 답했습니다.
심층 면접에 참여한 한 장애인 선수는 "언어적·신체적 폭력이 계속돼 운동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만두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다른 운동부로 가고 싶지만, 지도자가 인맥이 넓어 이동하기도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이 밖에도 장애인 선수들 상당수는 체육시설 이용 등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공공시설 이용자의 24.9%, 민간 체육시설 이용자의 21.4%는 '장애인이라 안전상의 이유로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공공시설 이용자의 15.6%, 민간시설 이용자의 17.0%는 '장애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시설 이용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한국
인권위는 "전문가 및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 정책개선 대안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