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의 3번째 고위 법관 정기 인사가 발표될 때 법관 줄사퇴 문의 등이 쏟아지자 대법원은 공식 자료를 냈는데 중요 경력 사직자 규모는 직전 사법부 통계만 공개한 것이다.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이 법관 사회의 편 가르기와 엘리트 법관들의 반발·이탈을 조장해 놓고 실상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기인사 보도자료만 찾아봐도 알 수 있는 자료를 숨겼기 때문이다.
4일 대법원 홈페이지의 2019·2018년 법원 정기인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중요 경력 법관 사직자는 24명(이탄희 전 판사 제외)이다. 이는 대법원이 공개한 전체 사직자(53명) 중 45.3%에 달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72·2기) 재임기까지 살펴볼 때 중요 경력 사직자 비율로는 역대 최대치였다. 지난달 31일 대법원이 공개한 자료만 살펴봐도, 중요 경력 사직자 비율이 40%를 초과한 건 2019년이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 임기 4년째인 2015년에 중요 경력 사직 법관 수가 9명으로 급감했던 것을 고려하면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엘리트 법관들의 이탈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2020년 고위 법관 인사 발표 결과, 사직 법관 28명 가운데 중요 경력 법관 사직자는 이미 16명(57.1%)으로 나타났다. 오는 6일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법관 인사가 발표되면 엘리트 법관 사직 규모는 또 다시 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사직자들을 고려하면, 올해 중요 경력 사직 법관 규모는 처음으로 30명 선에 이를 게 유력하고 이를 넘을 가능성도 있다.
2018년은 김 대법원장 취임 직후였는데 중요 경력 사직 법관이 21명(31.3%)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기(2012~2017년)엔 중요 경력 사직 법관이 20명을 초과한 적은 없었다.
이는 김명수 사법부가 법관 사직에 대해 공식·비공식적으로 밝힌 주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은 공식·비공식적으로 "양승태 사법부와는 다르다"며 개혁 이미지를 표방해 왔기 때문이다. 법관 이탈에 대해서도 "매년 정기 인사 때마다 사직 규모는 비슷했다"고 주장해 왔다.
불리한 통계를 숨긴 것을 두고 전·현직 법관들은 큰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엘리트 법관 사직이 점점 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통계를 숨기는 것은 김 대법원장이 여러 차례 밝혔던 언론에 대한 태도와는 상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전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비판적인 보도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전직 법원행정처 출신 변호사는 "단순 실수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언론에 불리한 통계를 숨겨서 발표하는 것은 역대 사법부에선 한 번도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고 이해가 안 가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31일 '대법원 공지'라는 제목으로 "복수의 언론사로부터 문의가 있어 연도별 퇴직법관(명예퇴직 포함) 현황을 알려드리오니 보도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며 2010~2019년 '전체 퇴직자 연도별 현황'을 발표했다. 동시에 "참고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또는 행정처 근무자 연도별 퇴직 현황은 아래와 같습니다"라며 양 전 대법원장 재임기(2012~~2017년) '대법원 재판연구관 또는 행정처 근무자 연도별 퇴직' 규모만 공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통계 자료에 대해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만든 자료"라고 밝혔다. 인사 업무는 김영훈 인사총괄심의관(46·30기)이 실무 책임자다.
[성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