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매일경제가 서울시에서 집계한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전체 전·월세 거래량 7392건 중 1231건(16.7%)이 '준전세(반전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준전세 거래 비중은 지난해 내내 10% 안팎 수준을 유지하다가 12월 연중 최고치(16.7%)로 뛰었다. 반면 12월 순수 전세 비중은 70.6%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였다.
지난달은 12·16 부동산대책 여파로 전·월세 거래량이 평소의 70% 수준으로 급감한 가운데 준전세 비중이 유독 높았다. 서울시가 집계하는 준전세 기준은 월세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어치를 초과하는 사례로 흔히 부동산 거래 시 반전세라고 불리는 유형과 일치한다. 예를 들어 월세가 50만원이라면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인 1억2000만원 이상일 때에 한해 '준전세'로 분류한다. 반대로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 이하면 월세(12배 이하) 또는 준월세(12~240배)로 분류한다.
반전세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전세 매물 부족이다. 특히 자사고 폐지 등 입시제도 변화로 인해 뛰어난 학군을 갖춘 강남구 대치동 등 주요 단지는 일찌감치 전세 매물이 많이 빠지고 반전세 매물만 남아 있다.
대치동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학원가 인근 아파트는 임대인들이 반전세를 선호하기 때문에 전세 물량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대치한신휴플러스 전용면적 84㎡의 경우 보증금 5억원·월세 100만원에 나온 매물과 보증금 4억7000만원·월세 120만원에 나와 있는 게 전부"라고 밝혔다.
매물 부족으로 유리한 입장에 선 임대인들은 공시가격 상승·종부세율 상향 등으로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메꾸기 위해 전세금을 올리기보다는 추가로 월세를 받길 선호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세보증금을 내리고 해당분을 월세로 전환할 때 환산되는 연이자율에 해당하는 '전월세전환율'은 지난해 10월 기준 4%로 보통 2~3%대인 예금이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보다 높다. 쉽게 말해 은행 금리가 최근처럼 낮은 상황에서는 전세보증금을 올려 대출을 갚거나 예금을 드는 것보다 부분적으로 월세를 받는 편이 집주인에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세입자 역시 갈수록 전세대출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전세 매물도 줄어들면서 월세를 끼고라도 계약하기를 원하고 있다. 특히 고가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들은 전세대출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사정상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살아야 하는 경우 반전세나 월세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현재 2주택자는 전세대출이 불가능하고 12·16 대책으로 9억원 초과 아파트 보유자의 신규 전세대출도 막힌 상태다.
향후 12·16 대책 여파로 전세 품귀 현상이 더욱 심화하면 집주인에게 유리한 반전세 거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이 축소되고, 1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 대출은 전면 금지되면서 매매 수요가 전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양도세 등 세제 혜택 조건으로 실거주 의무기간이 강화되면서 집주인들이 보유한 집으로 '귀환'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반전세 거래 확산 현상은 특정 지역 학군 선호에 따른 매물 부족에서 기인했지만 연말에 부과된 종합부동산세 인상 부담을 집주인들이 실제로 전가하기 시작하면 반전세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