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그대로의 국회를 만들겠다.' 지난해 말, 지역구를 대표하는 의원 수를 줄이고, 국가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원 수를 늘린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했던 국회.
민주당은 의석수가 줄어드는 상황임에도 대의를 위한 결단을 내렸고, 국민들도 반신반의. 혹 좀 달라지려나 했습니다만, 1년 뒤 모습은 역시나. 공수처 설치법과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린 민주당은 법안 상정이 다가오자, 비례대표 의석수를 점차 줄이다가 석패율제도 도입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자기들한테 손해니까요.
지역에서 거대 정당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군소정당들은 비례대표제를 통해 어떻게든 의석수를 늘리는 게 우선이기에 민주당 원대로 해줬고, 그 결과 지역구 의원 수는 '그대로'가 됐습니다. 이럴 거면 지금까지 왜 싸운 걸까요.
한편,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때부터 줄곧 반대만 해오던 한국당은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다시피 하더니, 이젠 선거법이 통과되면 위성 정당인 비례 한국당을 만들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결국 전체 의원 수는 그대로 유지,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수를 30석으로 제한하면서 국민들 입장에선 '뭐가 달라진 건지 알 수조차 없는' 합의를 끌어냈는데, 이게 지난 1년간 민생법안들을 줄줄이 대기시킨 결과죠. 괜한 기대감에 지켜보던 국민들만 힘 빠지게 됐습니다. 민심 그대로의 국회가 아닌 당심, 국민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회란 걸 지난 1년간, 우리 국회가 아주 명확히 증명해 준 거지요.
그래도 오늘, 거리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고 국민들은 즐거운 성탄을 보내라며 서로에게 인사를 나눕니다. 마치 그들의 싸움은 먼 나라 일, 국민들 관심 밖의 일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말이지요. 국회의원. 누굴 위해 일해야 하는지는 이제 따지지도 않겠습니다. 다만,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