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씨는 2017년 12월 말 숙박예약 대행 사이트에서 투숙 전날까지 무료취소가 가능한 해외 호텔 숙박을 예약했다. 무료취소 가능시간은 별도로 고지가 되지 않아 자정까지 취소가 가능한 것으로 이해해 취소기간 마지막 날인 같은 달 30일 오후 8시경에 취소했으나, 1박 이용요금이 위약금으로 청구됐다. 확인 결과 예약확인서에 무료취소 기간이 30일 오후 5시 59분까지라고 고지돼 있었다. 하지만 예약 사이트 화면에는 이 같은 안내 글귀가 없었다.
최근 항공권, 호텔 등 예약 대행 사업자인 OTA(Online Travel Agency) 사이트를 통해 항공권과 호텔 등을 직접 예약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OTA 사이트 내 판매 상품의 중요 정보 제공 미흡으로 발생하는 분쟁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외 OTA 중 최근 3년간(2016~2018년) 소비자불만이 100건 이상 접수된 11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소비자불만 현황과 거래조건에 대한 상품정보 제공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숙박·항공서비스 소비자불만 최근 3년 간 4배 이상 늘어났다. 조사대상은 글로벌 OTA 7개 업체(▲아고다 ▲부킹닷컴 ▲트립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고투게이트 ▲키위닷컴)와 OTA 4개 업체(▲하나투어 ▲인터파크 ▲모두투어 ▲노랑풍선)다.
↑ [자료 출처 = 한국소비자원] |
유형별로는 '취소 지연 및 환불 거부'가 5036건(62.7%)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무료취소 기간에 취소 요청을 했음에도 정당한 이유없이 환불이 지연되거나, '환불불가' 표시가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했던 상품에 대한 사업자의 환불 거부 사례가 많았다.
또한 당초 결제한 금액보다 많은 금액을 청구하거나,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던 수수료를 청구하는 등의 '위약금·수수료 부당청구 및 가격불만'이 1042건(13.0%)으로 뒤를 이었다. 사업자의 과실로 호텔 예약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항공사 사정으로 운항이 취소되는 등 '계약불이행'이 870건(10.8%)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 10월 국내외 OTA 11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상품정보 제공 실태를 조사한 결과, 판매가격, 환불 조건 등 중요 정보의 제공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불불가' 조건은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라 인지가 쉽도록 명확하게 표시할 필요가 있지만, 숙박은 9개 중 4개(44.4%) 사업자만이 '환불불가' 조건을 색, 크기, 굵기 등에서 일반 정보와 차이가 나게 표시했고, 5개(55.6%) 사업자는 일반 정보와 동일한 형태로 표시해 알아보기 어려웠다.
항공의 경우 '환불불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4개 사업자 중 2개(50.0%) 사업자만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하고 있었고, 나머지 2개(50.0%) 사업자는 일반 정보와 구별되지 않게 표시하고 있었다.
'환불불가'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별도의 동의절차를 마련한 사업자는 숙박의 경우 9개 중 6개(66.7%), 항공은 4개 중 2개(50.0%)였다.
또한 해외 숙박과 항공 예약 시 신용카드 수수료 및 환율에 따라 결제 금액과 실제 청구 금액에 차이가 발생해 소비자불만이 제기되고 있으나, 최종 청구 금액이 다를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숙박이 9개 중 3개(33.3%), 항공은 9개 중 4개(44.4%) 뿐이었다.
이용약관의 경우에도 사업자의 면책 조항 등 중요 내용은 색, 크기, 굵기를 달리해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게 표시할 필요가 있으나, 중요 내용을 주변 내용과 구별되게 표시한 사업자는 11개 중 1개(9.1%)에 불과했다.
소비자원은 OTA의 특성상 가격, 환불조건 등 상품정보가 명확하게 제공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또한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OTA 상품의 거래조건과 관련한 중요 정보 제공 표준(안)을 마련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OTA 민·관협의체를 통해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