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페셜'에서는 무차별 포경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고래를 추적한다.
오늘(5일) 오후 10시 5분 방송되는 MBC 교양프로그램 ‘MBC 스페셜’에서는 한국의 귀신고래를 다룬다.
한국의 귀신고래는 1912년 국제적 포경기지였던 울산 장생포에서 처음 발견됐다. 그 신비롭고 거대한 고래의 명맥은 일제 강점기 무차별 포경에 의해 순식간에 멸종위기를 맞았다. 1977년 울산 방어진 앞 5마일의 해역에서 남하회유하고 있는 귀신고래 2마리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더 이상 푸른 동해에서 귀신고래를 만날 수 없다.
5년 여간 한반도의 고래를 추적해온 이정준 감독은 ‘고래의 바다’, 경해(鯨海)라 불리는 동해를 누비던 귀신고래의 회유로를 따라 서부계 귀신고래의 여름 섭식지, 북동부 태평양의 러시아 사할린과 캄차카 반도를 향했다. 사할린 필툰만은 1995년부터 해마다 석 달간 머물며 귀신고래를 연구해온 서부계 귀신고래의 권위자 버딘 박사팀의 베이스캠프이기도 하다.
전기도 물도 연료도 자급자족해야 하는 이곳에서 이정준 감독은 드디어 2천만년의 진화를 겪고, 2만 킬로미터 바닷길을 여행하는 위대한 생명체와 조우했다. 필툰만 사구 너머 귀신고래의 물기둥이 여기저기서 솟았다. 어미 귀신고래가 새끼와 짝을 이뤄 출몰했다. 화석처럼 단단해진 외피의 거대한 몸이 바다를 느리게 유영했다.
1990년 중반부터 귀신고래가 출몰했던 또 다른 지역은 캄차카 동부 해안의 크로츠키만이다. 제작진은 버딘 박사와 그곳을 동행했다. 귀신고래와 함께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또 다른 고래들, 혹등고래와 북방긴수염고래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특히 북방긴수염고래는 11세기부터 이뤄진 상업 포경의 첫 희생자였다. 현재 개체수가 수백 마리 이하로,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해진 심각한 멸종위기 해양포유류다. 바다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그들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러시아 북동부 사할린과 캄차카 연안의 바다 역시 고래에게 안전하지는 못하다.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바다이자, 생물자원과 광물자원이 풍부한 대륙붕 해역은 안타깝게도 고래의 회유로와 겹친다. 사할린 북동부 해협에서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스와 석유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는 고래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귀신고래의 서식 분포도가 해양개발에 밀려 남하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살아남은 서부계 귀신고래 또한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사라지는 고래는 단순히 고래가 아니다. 자연의 가치, 생명의 존중을 잃어가는 인류를 비추는 거울일지 모른다.
일제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명맥이 끊겨버린 한국의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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