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승만 박정희 비판 다큐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백년전쟁'을 방송한 시민방송 RTV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제재조치 명령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매체별, 채널별, 프로그램별 특성을 반영해서 '백년전쟁'이 시청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심사한다면 객관성과 공정성, 균형성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시청자가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의 객관성과 공정성, 균형성을 심사할 때는 방송 사업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에 비해 심사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백년전쟁'은) 기존에 입론된 역사적 사실과 그 전제에 관해 의문을 제기한 정도다. 사실상 주류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백년전쟁'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외국 정부의 공식 문서와 신문 기사 등 자료에 근거한 것"이라며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므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1심과 2심은 "특정 자료와 특정 관점에만 기인한 역사적 사실과 위인에 대한 평가는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루면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시, 원고 패소를 결정한 바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과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 등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시민방송에서 방송됐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이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 당시 성금을 횡령했다는 의혹과 사생활 문제,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 발언, 한국 경제성장 업적을 가로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같은해 8월 방통위는 '백년전쟁'이 특정 자료만을 근거로 편향된 내용을 방송했거나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방송심의 규정상 공정성과 객관성 등을 위반했다고
'백년전쟁'을 제작한 김지영 감독과 최 모 PD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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