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정건정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가 나왔다. 정부부채 비율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지만 증가속도는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로 빠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연금을 감안한 잠재부채는 빠른 고령화 추세 영향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일 국제결제은행 비금융부문 신용통계를 바탕으로 43개국의 부채비율을 국제비교한 결과, 정부부채의 증가속도(자국통화 기준)는 2000~2018년 사이 19년간 연평균 14.4%로 아르헨티나(29.2%), 중국(17.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정부부채 수준 자체는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8.9%로 세계 32위 수준이라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속도를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IMF가 연금·보건의료지출 증가를 추정해 산출하는 정부 잠재부채를 보면 경고음은 더욱 커진다. 세계 42개국의 고령화에 따른 정부 잠재부채는 GDP 대비 평균 77.4%다. 한국은 이 비율이 159.7%로 세계 평균의 2.1배 수준이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브라질(248.1%) 뿐이다. 재정위기 불안이 큰 이탈리아(88.0%), 아르헨티나(77.9%)보다도 높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잠재부채는 국채와 달리 지급시기·금액이 확정되지 않고, 지출에 대비해 연금자산을 축적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부부채와는 구분된다"며 "잠재부채는 미래 재정건전성을 훼손하고 정부부채를 밀어올리기 때문에 사전대비를 위해 정부부채와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나라 경기가 저성장 구조로 들어가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정부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난다. 안정적이었던 영국이나 미국, 스페인, 아일랜드 같은 선진국의 정부 부채비율도 경제 위기를 겪자 4~7년만에 100%를 넘어섰다. 아일랜드의 GDP 대비 정부부채를 보면 위기 전 24.4%에서 4년만에 106.7%로 올랐다. 스페인과 영국은 각각 36.5%, 44.3%에서 7년만에 112.8%, 104.4%로 높아졌다. 미국은 60.7%에서 5년만에 102.3%로 올랐다. 한국의 지난해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38.1%)은 위기를 경험한 4개 선진국의 위기 전 정부 부채비율 평균(41.5%)과 비슷하다.
홍성일 팀장은 "정부부채는 위기가 닥치면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되기 때문에 미래 위기 대응력 확보 차원에서 정부부채를 평상시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등 민간부채도 위험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지난해 한국이 97.7%로 43개국 중 7번째로 높다. GDP 대비 기업부채는 98.3%에서 101.7%로 상승해 세계 16위다. 최근에 우리 기업들 이익창출력이 떨어지고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기업의 부채는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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