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경택 '마더 김혜자' |
분수처럼 솟구치는 연필 작품으로 유명한 화가 홍경택이 영화 '마더'를 담은 그림이다. 배우 마를린 먼로, 스칼렛 요한슨 등 스타들의 오라(Aura)를 표현한 '펑키스트라' 시리즈 중 하나다.
홍 작가는 "영화를 본 후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김혜자의 텅 빈 표정이 머리 속에 깊이 남았다"면서 "주변의 화려한 무늬로 현대인의 강박증에 가까운 시각적 자극과 경험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좋아하는 박찬욱 감독을 그린 '펑키스트라' 연작도 서울 잠실 에비뉴엘아트홀에 걸렸다. 김동유, 노세환, 문형태, 우국원, 이피, 황주리 등 현대미술 작가 100명이 한국 영화 100년을 반추한 전시 '100 무비(Movies) 100 아티스트(Artist)'를 위해서다. 롯데갤러리가 28일까지 전국 10개 지점에서 동시에 여는 '비하인드 더 신즈(Behind the Scenes)' 일환이다.
↑ 보헤미안 랩소디 전시전경 |
영화, 음악, 무용이 다른 예술 장르로 확장되면서 색다른 매력을 갖게 될 뿐만 아니라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 영화나 공연은 극장과 무대에서 몇 시간 펼쳐지는 '시간의 예술'이지만 미술 전시장에서는 수개월 지속 가능하다. 요즘 유행하는 장르 간 융복합 예술 실험이기도 하다.
잠실 에비뉴엘아트홀에서는 팝아트 작가 김동유가 영화 '맨발의 청춘' 포스터 속 신성일을 수많은 픽셀로 완성한 작품, 인기 작가 우국원이 영화 '터널'을 노란 빛이 쏟아지는 손전등을 들고 있는 개로 표현한 그림 등이 인상적이다. 이지현 작가가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 포스터를 프린터해 기생충처럼 구겨놓은 구조물도 눈길을 붙잡는다.
사진 작가 구본창이 포착한 영화 '서편제' '취화선' '춘향전' 등의 주요 장면, 사진 작가 오형근이 작업한 '공동경비구역 JSA' '장화, 홍련' 등, 홍장현 작가가 담은 '아가씨' '신과함께' 등의 사진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컬렉터인 양해남, 최규성, 최지웅이 모아온 포스터와 전단지 등도 전시돼 있다.
↑ 보헤미안 랩소디 전시 전경 |
전시는 프레디 머큐리의 파란만장한 삶과 퀸 음악에 담긴 메시지 등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혼란스러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고민, 성(性) 정체성 문제는 퀸이 살았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간다.
전시장 입구에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등장했던 프레디 머큐리 방을 재현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공간이 나온다. 피아노와 붉은 유럽풍 의자 탁자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전설적 가수의 흔적을 품고 있다.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는 프레디 머큐리가 오랜 뮤즈이자 소울 메이트였던 메리 오스틴과의 사랑 이야기를 토대로 쓴 곡으로, 전시장에는 두 사람의 다정했던 시절을 기록한 사진이 걸려 있다.
'라디오 가 가(Radio Ga Ga)'방에는 스위스 몽트뢰에 세워진 프레디 머큐리 동상을 원형 그대로 제작한 조각작품, 펩시 콜라 종이컵이 올려진 그랜드 피아노를 재현한 설치·미디어 작품이 있다. 퀸 매니지먼트사인 퀸 프로덕션, 머큐리 피닉스 재단이 소장한 퀸 앨범과 의상, 작곡 노트, 뮤직 비디오 등도 전시됐다.
↑ 안은미래 전시전경 |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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