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환자가 하루 5.2명꼴로, 8년 새 곱절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하지만,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016년 이후 해마다 큰 폭의 감소세를 보여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오늘(9일) 질병관리본부,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사단법인 생명잇기 등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 환자는 2010년 1만4천595명, 2014년 2만151명, 2018년 3만544명으로 8년 새 2.09배 증가했습니다.
이식 대기 중 사망한 환자도 2010년 962명, 2014년 1천120명, 2018년 1천910명으로 같은 기간에 1.98배 늘었습니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수로 보면, 2010년 2.63명에서 2018년 5.23명으로 8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입니다.
이는 이식 대기자가 증가하는 만큼 장기기증이 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연간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2010년 268명에서 2016년 573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7년 515명, 2018년 449명으로 2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사이 연간 장기기증 희망등록도 2010년 20만1천359명에서 10만8천16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장기를 이식한다고 해도 일부 장기는 대기시간이 몇 년이나 걸리는 상황입니다. 신장이식은 2018년을 기준으로 평균 대기시간이 1천955일(약 5년4개월)이나 됩니다. 또 심장, 간장, 폐도 이식까지 각각 234일, 155일, 116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옵트-아웃(Opt-out)'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옵트 아웃은 뇌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이를 '잠정적 동의'로 추정해 사망 후에 이식용 장기 적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 제도는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국가 대부분이 시행 중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망 이전에 별도의 장기기증 동의 의사가 없었으면 사망 후에도 장기기증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인(Opt-in)' 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사전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해놓고도 마지막 단계에서 가족의 반대에 부딪혀 기증에 실패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내에서 장기기증 적합 환자에 대한 가족 동의율은 2014년 52%에서 지난해에는 35% 수준으로 하락했습니다. 더욱이 가족 중 선순위 동의자가 동의한 이후에 다른 가족이 나서 기증을 철회는 비율도 11.8%에 달합니다.
안규리 서울의대 교수(생명잇기 이사장)는 "모든 성인은 뇌사기증 여부에 대해 본인이 사망하기 전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운전면허증 등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명시하고, 뇌사판정 이후 가족이 반대해도 기증이 가능해지도록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증 가능 대상자를 '뇌사자'에서 '순환정지(Circulatory Death)'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이는 심정지 이후 심폐 기능이 소실된 상태에서 사망을 선언한 후 장기를 구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으로, 뇌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어 어떠한 치료에도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의 유럽에서는 뇌사판정보다 폭넓은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이 전체 기증의 40∼50%를 차지한다"며 "한국에서도 순환정지 순간에 대한 국민 합의를 마련하고, 관련 법을 개정하는 등의 방향으로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