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비스트`로 파격 변신한 전혜진. 스타일부터 연기까지 눈부신 존재감을 뽐낸다. 제공| NEW |
“내가 아닌 내 모습, 외적인 걸 자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나보다)좀 더 잘할 수 있는 친구가 있지 않을까’라는 부담감도 상당했고요. 점점 더 미쳐가는 저를 보게 됐어요.”
배우 전혜진(43)은 이같이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완주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한, 영화 ‘비스트’는 그만큼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이성민 분)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유재명 분)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범죄물이다.
전혜진은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인 단서를 쥔 마약 브로커 춘배 역을 맡아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변신을 감행했다. ‘더 테러 라이브’, ‘사도’,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빵반’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눈을 뗄 수 없는 에너지를 발산한 전혜진이지만 특히 ’비스트’에서는 그 모든 걸 뛰어 넘는 미친 존재감을 뽐낸다. 피어싱, 타투, 스모키 메이크업 등 파격적인 스타일 변신부터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예측불가의 인물을 그만의 스타일로 완성시켰다.
“시나리오로 처음 봤을 때 춘배는 원래 남자였어요. 대책 없이 알 수 없는 인물이랄까요? 제가 합류하면서 성별과 나이가 바뀌니 이걸 어떻게 (공감 있게) 보여줘야 할 지 고민이 많았죠. 어색하거나 튀진 않을지, 더 잘할 수 있는 연령대나 배우가 있을 것도 같고요. 오버스럽지 않은 연기 톤을 찾는 게 참 힘들었어요.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는 않는, 강렬한 문신이나 짙은 화장을 방어막으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러면서도 어떤 ‘스웨그’가 있는, 그런 인물이에요.”
하겠다고 한 그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왔단다. 그 역시 쉽지 않을 캐릭터임을, 힘들 것임을 알고 시작했지만 각종 난제로 촬영 내내 마음껏 현장을 즐기지 못했단다. “굉장히 치열하게 찍었다”는 그는 “순간순간이 염려스럽고 어려웠는데 다행히 크게 어긋남 없이 완성돼 진심으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춘배의 폭주에도 분명 목적이 있을 텐데, 거기에 맞는 걸음걸이가 있을 거고요. 감독님이 뜬금없이 그 아이의 주요 키워드로 ‘스웨그’를 말하니 멘탈이 나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걱정보다 무난하게 끝난 첫 촬영 덕분에 조금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사람을 미치게 하는 현장이었어요. 계속 ‘뭔가 더 있을 거’라는 주문을 받았는데 그게 뭔지 절대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회식 때 모인 배우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다 힘들어 보여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웃음)”
본능에 맡겨 연기하는 편이지만, ‘비스트’에선 감독의 주문을 어떻게든 맞추기 위해 안 해본게 없었단다. 마침내 감독이 원하는 지점까지 닿아 ‘오케이’가 났을 때 말로 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타고난 끼가 부족한 대신 끝까지 해내려는 근성은 있어서 완주할 수 있었어요. 그만두는 순간 끝나버리니까.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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